글로벌 가상화 시장 독점 기업 VM웨어가 한국 지사장직을 없앴다.
일방적 가격 인상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모회사 브로드컴이 국내 고객 등 한국 시장을 등한시해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VM웨어코리아 지사장 직제가 사라졌다. 브로드컴은 VM웨어 코리아 각 부문별 리더들에게 기존 지사장 업무를 분배했다.
기존에 한국 지사장이 글로벌 어카운트, 스트레치 어카운트, 커머셜 등 3개 섹터를 총괄했다면 각 섹터를 리더들에게 할당한 것이다. 의사결정 라인을 줄여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게 브로드컴의 취지다.
전임 지사장은 오랜 기간 VM웨어코리아를 이끌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때문에 경질성 직제 개편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브로드컴은 VM웨어 한국 지사장 역할을 아시아 대표에게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대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사업을 맡는다. 아시아 대표는 다시 아시아와 호주, 인도 등을 합친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상관으로 둔다.
한국 지사장직이 없어진 만큼 VM웨어 국내 고객은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 시장을 작게 보고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다, 기존 지사장이 수행하던 고객 커뮤니케이션 등 역할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VM웨어코리아는 브로드컴에 인수된 이후 홍보 담당을 없애고 본사 직할로 대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일원화했다. 홍보를 비롯해서 마케팅 분야 투자도 대폭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지사장마저 사라지면서 국내 고객과 원활한 소통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브로드컴이 일방적으로 VM웨어 제품 가격을 인상해 비난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기업 이미지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VM웨어는 가상머신(VM) 가격 책정 방식을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코어(최소 16코어) 기준으로 전환했다. 고객사 비용 부담이 4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늘 것으로 전망됐다.
ICT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브로드컴과 VM웨어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된 상황에서 고객과 브릿지 역할을 하는 지사장직을 없앤 것은 뒷말이 나오기 충분하다”면서 “향후에는 브로드컴이 과거 시만텍을 인수하면서 한국 지사 인원을 대부분 해고한 것처럼 인적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VM웨어가 한국 지사장을 내부 출신으로 내정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지사장 직제를 없앤 만큼, 후임 지사장 내정자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브로드컴이 시행착오 등 어떠한 이유로 향후 한국 지사장직을 복원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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