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일대를 찾은 지난 28일. 앞바다에 나란히 선 풍력발전기 10기가 눈에 들어왔다. 날씨는 궂었지만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는 힘차게 돌고 있었다.
이성호 탐라해상풍력 본부장은 “비 바람이 많은 이런 날이 풍력발전기 운영 측면에선 더 좋은날”이라며 웃었다.
이곳은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는 탐라해상풍력단지로 2017년 9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남동발전은 1650억원을 투자해 3㎿규모 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했다. 지금까지 가동율은 평균 98.1%, 지난해 9월 기준 6년간 평균 이용률은 29.03%다.
이 본부장은 “이 지역은 제주도 중에서도 바람이 많이 불기로 유명하지만 봄, 가을에는 풍속이 약한 편”이라면서 “유럽의 풍력발전 이용률이 40%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환경상 30%의 이용율은 양호한 수치”라고 말했다.
탐라해상풍력의 누적 생산 전력은 50만 MWh로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제주 전체 가구인 31.3만 가구가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남동발전은 208억원을 출자해 배당액으로 140억원(70%) 회수했다.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전 투자금을 회수하는데는 약 16.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기간은 총 20년이다.
탐라해상풍력은 사업 초기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성패를 확인하는 가늠자로 관심을 받았다.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가운데 지금은 사업 전형을 제시한 성공모델로 주목받는다.
탐라해상풍력은 국내 최초 해상풍력단지다. 100% 국산 기술 적용으로 풍력발전기 국산화의 대표 레퍼런스(실적)로 언급된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가 발전기를 제작, 공급한 것을 비롯해 설계, 제작 및 설치 전 공정에 국내 기술이 집약됐다. 순수 민간자본(PF)으로 재원을 조달함으로써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무엇보다 주민 수용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 사업 활성화의 길을 열었다. 건설 당시 풍력발전 설비로 인한 소음 증대와 어족자원 감소에 대한 주민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6년여 운영 결과 걱정과는 다른 결과를 확인했다.
2015년 착공 당시부터 한국해양환경공단이 모니터링한 결과 현재까지 주민의 주요 수입원인 수중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저 속의 구조물, 사석 등이 인공어초 역할을 함으로써 어획량 증대에 이바지하는 것을 주민도 인정할 정도다.
남동발전은 확장 사업도 추진중이다. 2027년부터 8㎿ 규모 풍력발전기 9기를 추가로 도입하는 2기 사업에 나선다. 투자비는 총 4000억원이다. 이제 주민 수용에서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고춘희 금등리 이장은 “해상에 있어 소음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해녀들이 직접 어획량이 줄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주민의 90% 이상이 확장 사업에도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발전은 국내 넘버1 해상풍력 전문기업을 목표로 대규모 해상풍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탐라해상풍력의 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10월 320M㎿규모의 인천 용유무의자월 해상풍력 허가, 지난해 7월 320㎿급 인천덕적 해상풍력의 발전사업 허가를 얻는 등 현재까지 총 2.6GW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다. 나아가 2036년까지 4.3GW 규모 해상풍력 운영을 목표로 하는 'KOEN WIND 3640'전략을 수립하고, 4단계에 걸친 사업 로드맵을 수립했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공기업으로서 대규모 해상풍력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에너지안보 확보, 탄소국경세 대응, RE100 달성 등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