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빚을 내 증시에 투자하는 '빚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육박하며 빠르게 증가 추세다. 증권사들도 저마다 연이어 신용융자 할인 꺼내들며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479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16조5000억원까지 줄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만 1조원에 이르는 신용 대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8~9월에도 이차전지와 초전도체 테마 광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는 '빚투'는 지난해의 테마주 광풍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이 증권사의 해석이다. 연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증시 전반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자연스런 투자 전략이란 해석이다. 실제 증권가 안팎에서는 2분기 중으로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용거래대주 추이를 보면 그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신용거래대주는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26일부터 신용거래대주 잔고 규모는 100억원 밑으로 내려왔다. 최근 수년간 최저 수준이다. 이차전지 투자 광풍이 불던 지난해의 8~9월의 신용거래대주 잔고는 월 평균 700억원 수준을 오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등으로 인해 대차 잔고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 공급을 위한 대차 수요가 있을텐데 줄어든 것은 결국 상승장에 베팅한다는 의미가 크다”면서 “당분간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 전반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증권사들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할인하며 투자자 확보에 한창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오는 6월 30일까지 신용거래 7일물 이자율을 0%로 제공하는 '신용융자 1~7일물 이자율 0%' 이벤트를 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연 4.8% 신용대출 금리를 90일간 제공하는 이벤트를 교보증권은 180일 동안 4.5%의 대출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