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하며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코인마켓(코인 간 거래 지원) 거래소는 보릿고개를 걷고 있다. 폐업하는 곳은 점차 늘어가고 시스템 업데이트 공지를 내걸고 사실상 문 닫은 거래소도 있다. 코인마켓거래소 협의체 VXA는 동력을 잃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오아시스거래소'는 서비스 리뉴얼 기간을 연장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29일까지 업그레이드 공지를 하며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기한을 하루 앞둔 28일, 4월 31일까지 추가 리뉴얼을 한다는 공지가 게재됐다.
'빗크몬'은 시스템 업데이트 및 일부 리뉴얼로 인한 점검 기한이 지났음에도 서비스 재개하지 않고 있다. 안내대로라면 2월 26일 리뉴얼이 끝나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도 점검 안내 팝업만 뜬 채 홈페이지 접근 불가 상태다.
또 다른 거래소 '프라뱅', '코인엔코인'도 유사한 상황이다. 지난해 시스템 업그레이드 공지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했으나, 해가 지난 지금도 추가 공지가 없다. '비트레이드'는 홈페이지 접속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이 1억원 선을 돌파하면서 원화 거래소 거래량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코인마켓 거래소는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문 닫는 거래소도 지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연말부터 서비스를 종료한 거래소는 캐셔레스트, 코인빗, 후오비코리아, 프로비트, 텐앤텐, 오케이비트 등 6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코인마켓 거래소가 줄폐업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며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당국 요청 사항을 잘 이행하며 눈에 나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연명은 더욱 어려워질 예정이다.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7월 이용자 보호법을 앞두고 이상거래 상시감시 인력을 확충하고, 감독당국 보고·매매자료 축적 등에 대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상 유지도 힘든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규제 대응 인력과 자본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VASP 규제안이 담긴 특정금융정보법에 이어 이용자 보호법이 두 번째 칼바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명계좌 발급 진입장벽도 높아졌다. 코인마켓 거래소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실명계좌 발급을 통해 원화거래소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 등이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하기 위한 구체적 요건이 마련됐다.
난항을 타개하기 위해 뭉친 코인마켓거래소 협의체 VXA는 유명무실 상태다. 지난해 6월 은행에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공문을 전달한 이후 뚜렷한 행보 보이고 있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구체적 운영 계획도 없다. 개별 거래소별 상황이 어려운 탓에 공동 행동을 할 동력을 잃고,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규제 논의가 원화 거래소 협의체 DAXA를 통해 이뤄지는 점도 VXA의 위기를 가중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거래량은 세계적으로 높은 반면, 상장 종목만 봐도 글로벌 트렌트에 한참 뒤쳐지고 블록체인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을 우선시하고 한국 사업은 접는 상황이 증가하는 블록체인 후진국이 되고 있다”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함께하지 못한 채 코인 거래 위주의 논의가 이어지는 등 당국이 걱정하는 투기 시장이 조성되는 근본적 이유를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