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원포인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 성과가 저조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에 대해 수시로 평가하는 '신상필벌' 인사 원칙을 밝힌 지 3주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신세계건설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함께 경질 대상에 올랐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번째 쇄신 인사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실적·성과 중심의 인사 평가 제도 구축을 주문했다. 지난달 12일에는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187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 신세계건설 부진 영향으로 이마트는 연결 기준으로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은 그룹 재무 관리를 총괄해온 '재무통'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1962년생으로 지난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과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이후 2011년 호텔신라로 이동해 경영지원장 겸 CFO를 거친 뒤 2018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회사채 발행, 레저부문 양수도 등을 통해 상반기 도래 예정 자금보다 훨씬 많은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데 힘써왔다.
허병훈 신임 대표 내정자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지속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 안정성을 한층 개선한다. 또 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