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안팎으로 기업 밸류업 논의가 가속화하면서 제도 근간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상장사와 국회, 학계까지 일제히 상법에 포함된 회사법 관련 내용을 분리해 각 법률에 산재한 관련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새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구조재편부터 기업과 주주간 이익 조화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부터 전문가를 초청해 회사법체계 개편을 위한 간담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세 차례, 다음달 25일까지 나머지 세 차례 간담회가 더 열린다. '회사법체계의 합리적 정비방안'을 올해 중점과제로 선정한데 따른 움직임이다. 입법조사처는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다음 회기에 적극 입법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법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는 이미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현행 주식회사 관련 규정은 상법 5장 회사편 일부에, 상장회사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법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벤처기업법, 은행법·보험법·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융업 관련 특례, 회계감사와 관련된 외부감사법 등 여러 법률에 회사법 관련 규정이 분산돼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특히 상장사와 관련한 법령 복잡성으로 인한 실무상 어려움을 오랜 기간 호소해 왔다. 입법조사처가 회사법 체계 정비를 중점과제로 선정한 이유도 이런 장기간 묵혀둔 과제를 풀기 위해서다.
실제 현재 국회에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회사법안이 계류돼 있다. 여러 차례 간담회 등을 통해 이뤄진 의견이 지난해에야 초안이 도출됐다. 이 법안에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등 회사 유형을 규정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성립부터 해산 등 회사와 관련한 내용을 한데 담았다.회사법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하는 만큼 1년이 채 남지 않은 회기 동안 면밀한 검토가 되기 어려웠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최근 들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안팎으로 정부 차원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이뤄지는 지금이 회사법 제정 적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주식매수청구권 등의 행사 규정과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도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구조 재편에 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이 참에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배권 프리미엄 공유와 주주평등 원칙 실현을 위해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이미 회사법은 단일화 추세인 만큼 법령 복잡성 해소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이미 현 국회에도 회사법 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만큼 다음 회기에는 법안을 보완해 빠른 시일내에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