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면세점 빅4(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매출이 6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송객수수료를 줄이면서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매출이 급감한 결과다. 수익성 개선과 외형 성장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면세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빅4 매출 합계는 8조9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0.6%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 대기업 면세점 5개사(두타 포함) 매출이 10조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3조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8.8% 감소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각각 2조9580억원, 1조9165억원을 기록하며 30% 이상 매출이 줄었다. 후발 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9978억원으로 전년 대비 55.8% 감소했다.
이는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줄인 결과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관광객을 알선한 여행사·가이드에 제공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중국 '한한령' 조치에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여행사 대신 다이궁(보따리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비중이 한 때 40%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후 지난해부터 관세청 주도로 각 사가 송객수수료를 줄였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해 알선수수료가 1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93.8%가 줄었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 또한 지급수수료 5230억원으로 80.8% 줄었다.
송객수수료를 줄이자 수익성은 개선됐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 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3억원 늘어나며 흑자 전환했다. 신라면세점 또한 영업이익 224억원을 기록하며 163.5%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이익 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배 이상 성장했다.
면세업계는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줄어든 외형에 고심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은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는 협상력의 기준이 된다. 최근 서울에 있는 시내면세점이나 공항면세점을 제외하고는 대형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방 면세점의 경우에는 대형 브랜드 매장이 대부분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면세업 경기가 안 좋은 데다 다이궁 매출까지 빠지면서 더더욱 입점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업황이 더욱 어두운 상황에서 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8년 만에 방한 단체 관광을 허용했지만 기대했던 단체 관광객(유커)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별 관광객을 공략하는 한편 최소한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다이궁 유치 전략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궁은 해외 진출이 어려운 면세업계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다”며 “적절한 활용 방안에 대한 각 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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