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신형 전기차 'SU7' 발표회를 가졌다. 그동안 저가에 많은 기능을 제공한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온 샤오미는 신형 전기차에서도 디자인과 성능·저렴한 가격을 강조했다. 중국 소비자도 27분 만에 5만대, 하루 만에 약 9만대를 계약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격에 비해 높은 성능 제품을 설계하고 부품 대량 구매와 대량 생산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샤오미의 전략을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가져가는 모습이다. 앞으로 샤오미 신형 전기차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빠른 개발 기간 때문에 아직 완성도를 높이는 문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샤오미 SU7 다양한 사고 영상이 올라왔다. 서스펜션이 주저앉은 차량이나 제어가 안되는 차량을 비롯해 여러 추돌 사고 등이 알려졌다. 본격 생산과 고객 인도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은 기간 차량 안정성, 차량 완성도와 함께 생산 효율을 높이는 부분이 샤오미 전기차의 성공 여부에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기기, 가전 제품 등을 만들던 샤오미 전기차 시장 진입에는 베이징자동차와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샤오미-베이징자동차-CATL·비야디(BYD)로 이어지는 협력 체계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였던 샤오미 차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기존 미국 피스커나 중국 화웨이에서 위탁생산 모델이나 애플과 소니 향후 전기차 생산 협력 모델과도 비슷하다. 샤오미 생산은 자체 생산과 위탁 생산의 중간 형태인 제조 설비 위탁의 형태를 보인다. 베이징자동차 생산 시설을 빌려 샤오미의 자동화 기반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앞으로 시장 성공 여부에 따라 공장 구매와 공장 확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애플도 위탁 생산 모델을 검토한 바 있다. 주요 완성차와 협력을 타진하다 포기하기도 했다. 당시애플이 스마트폰처럼 하드웨어의 결함이나 사고에 대해서 제조사가 책임지기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협력이 무산된 이후 마그나와 팍스콘 등 여러 업체가 애플의 위탁생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3월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전기차 업체 피스커는 위탁 생산 모델로 대량 생산을 시도했던 대표적 업체다. 피스커는 디자이너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를 통해 디자인과 사용성을 추구했으며, 마그나의 자체 슈타이어 공장을 통해 차량을 생산했다. 또 차기 모델은 팍스콘과 협력해 연 100만대 생산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스커는 판매 부진에 빠져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지난해 초부터 진행된 테슬라, BYD 등 주요 전기차 업체의 가격 인하 경쟁 속에서 가격의 한계와 위탁 생산 한계를 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기차 경쟁에서는 디자인과 사용성, ICT 중심의 차량 설계와 최적 생산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리게 될 전망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 위탁 생산 보다 '차량 설계·최적 생산'을 융합하면서 성능과 가격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는 소비자 선호도에 맞는 ADAS·자율주행 기능과 실내 공간 설계도 중요졌다. 또 전기차 플랫폼 구조의 안정화와 성능 최적화도 중요한 이슈가 됐다. 테슬라 'MOS', 벤츠 'MO360', 현대 '이포레스트' 등 차량 설계와 최적 생산을 융합한 스마트팩토리 경쟁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 경쟁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샤오미-베이징차-CATL·BYD 협력모델과 같은 ICT 기업과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폰 경쟁 역사와도 비슷한 모양새를 보이는 전기차 시장 경쟁 변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좋은 성과를 기대해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