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은 중국의 춘추시대 무렵에 철기문화가 도입되면서 사회 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인간이 하늘로부터 독립함으로써, 인간의 진정한 존재가치와 역사의 주체성을 가지려함에서 비롯된다.
하늘이 내리는 천명(天命)으로부터 독립해서 인간이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道)을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동양 철학하면, 대개 공자(孔子)를 먼저 떠올린다. 그의 핵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극기복례(克己復禮)란 현실 속의 자신을 극복하고 예(禮)로써 인간의 도덕적 완성과 사회를 통합하고자 하는 바이다.
그런데, 동시대의 또 다른 철학자인 노자(老子)는 공자의 사상이 예절과 규범을 숭상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사회 질서를 강제한다고 비판했다. 사회 질서를 강제한다는 관점에서 하나의 이념(理念)이 되어 버린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자는 거피취차(去彼取此)를 이야기한다. 저기 멀리 있는 이념에 속박되지 말고, 현실 사회에서의 삶을 완성하자는 의미다.
한편, 서양에서는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 또한 신으로부터의 독립이며, 이는 곧 2000년 이상 서양 사회를 지배해 온 종교적 이념을 초월해 인간의 주체성을 찾아 낸 것이다. '힘의 의지'와 '위버멘쉬'로, 인간의 내면에 내재하는 힘을 발견하고 이를 발휘하는 창조적인 삶을 강조한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의 첫머리에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이라는 말로써 이념이라는 것의 실체 없음을 말한다.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특정 이념에 속박된다는 것은 곧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배제이며, 이는 곧 배척, 억압 그리고 폭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불행의 씨앗이 여기에 있다. 실체도 없는 이념과 진영 싸움으로 인해 선량한 국민들이 끝없이 고통을 받고 있다. 부동산 비리, 공문서 위조, 불법금융 등 범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까지 이념을 내세워 스스로가 리더임을 자처하면서, 아집과 욕심, 게다가 거짓말에 막말까지 일삼으면서 이 사회를 병들게 해 온 것만으로도 부족한지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해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노자가 한 마디 한다. 사부지자불감위야(使夫知者不敢爲也)! 뭣 좀 안다고 하는 자들아, 그 입을 다물라! 그대들이 숭상하고 있는 그 이념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진리(眞理)'인가?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과연 그대는 진정으로 그 이념의 가치나 철학을 알고나 있는가? 혹시 자기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파편들만 잔뜩 모아 치장한 채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남들을 공격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숙취에서 깨어난 후, 자신의 영혼을 더럽혔었던 지난 밤의 언행에 대한 기억으로 얼마나 부끄러워 했던가를 기억해볼 것도 제안한다.
시비지창야(是非之彰也) 도지소이휴야(道之所以虧也). (사물과 사물의 구별은 있지만 옳고 그름은 없으니) 옳고 그름이 나타나는 것은 도(道)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장자의 말이 있다. 이 칼럼의 제목이 무엇인가? 무지(無知) 무득(無得). 그런 것 없다. 그러니, 얻을 수도 없다! 옳고 그름? 그런 것 없다. 그러니 얻을 수도 없다. 당신을 지배하는 그 '옳음'이란 무너진 도(道)이자 타버린 당신의 영혼이다.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새겨 보아 달라. 정의로운 당신은,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지 아니한가? 설득력이 있는 당신은, 전문성과 객관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공동선을 추구했었지 아니한가? 명예로운 리더인 당신은, 스스로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요구하는 사회적, 윤리적 자격을 아직도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 당신이기에 우리 나라의 도를 세우기 위해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