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저우 LCD 매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이 무르익는 분위기다. 지난해 스카이웍스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됐던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비공개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인수 기업도 거론되고, 자금 사정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할 때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은 상반기 중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광저우 LCD 공장이 매각되면 한국 대형 LCD는 이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삼성은 일찌감치 LCD 사업을 정리했고, LG디스플레이에 남는 건 차량용과 IT용 LCD 정도 뿐이다. 한국이 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게 만들었던 TV용 LCD 패널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에서 빠져 나온 만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차세대 OLED 투자(8.6세대)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경쟁사에 비해 투자가 늦어 안팎의 우려가 컸는데 일정 수준 걱정을 덜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그러나 문제는 LCD를 대신할 대형 디스플레이의 부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OLED를,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W)-OLED 방식의 TV용 OLED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 않다. OLED 패널 자체가 아직 너무 비싸 탑재 비중이 95%에 육박할 정도로 LCD가 여전히 TV 시장의 주력 디스플레이로 쓰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마지막 남은 광저우 LCD 공장이 매각되는 것이다. 광저우 공장은 중국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LCD 시장을 석권한 중국인 데, 광저우 공장까지 넘어가면 삼성전자 TV나 LG전자 TV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소니를 넘어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한국 TV의 경쟁력은 이제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공장을 매각하더라도 물량이나 가격 등을 일정 기간 담보 받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LCD를 대체할 정도의 OLED를 만들지 못하면 대형 디스플레이 주도권 회복은 커녕 TV 시장까지 중국에 놓칠 것이다.

의존도 문제를 덜기 위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각자 경쟁이 아닌,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대형 OLED 경쟁력도 하루 빨리 끌어 올려야 한다. TV 시장의 10%도 차지하지 못하는 OLED로는 LCD를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