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정부와 국민적 관심이 절실한 연구개발(R&D)을 꼽는다면, 저궤도 위성통신기술이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곧 시작하지 않으면 통신 주권, 국가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입체통신연구소장은 인터뷰 중 여러 차례 '지금이 아니면 늦다'고 강조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수많은 저궤도 통신위성으로 세계 규모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이다.
이미 스페이스X는 수천개 위성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 독식을 노린다. 아마존을 비롯한 후발 빅테크 기업들도 기세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 저궤도 위성통신사업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본평가가 진행 중인데, 실은 예타 3수다.
백 소장은 “지난 두 번의 예타에서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우리 통신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추가로 독자 위성통신망 구축에 나서는 데 의문이 있었던 듯 하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통신 주권을 이유로 들었다. “미래 통신망은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서비스가 주일 것”이라며 “해외 기업 진입을 허용하면, 미래 모든 융합서비스 구현 핵심인 통신 인프라 근간을 맡기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경쟁력, 경제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저궤도 위성통신기술 확보 여부는 그동안의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지위, 5G 기술 개발 등에 힘입은 국내 기업 성장 지속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기술 확보는 우리 산업이 포화상태이니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하는 길을 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예타 통과로 독자 위성 탑재체를 개발해 우주로 올렸느냐 여부가 기업의 '헤리티지' 확보를 가능하게 해,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더욱이 예타 사업을 통해 표준화를 선도하는 R&D를 가속화한다면 성과는 더 배가된다”고도 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 확보는 분단국인 우리나라의 안보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ETRI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백 소장은 예타 통과 결과가 나온다면, ETRI가 관련 역량을 총동원해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개발한 사례와 같이, ETRI와 산학연이 한마음으로 저궤도 위성통신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는 일이 재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외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기업의 역량이 높지만 위성 분야는 민간이 바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 국가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며 ETR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내 산학연 연결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국내 역량을 갖춘다면 중동,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과 협력벨트를 구축해 통신의 질을 높이고 표준 주도권도 가져가는 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