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서 설계사 노조 최초 임단협 체결…보험업계 '촉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체국FC(설계사)노조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보험업 역사상 처음으로 설계사 노조 단협 사례가 등장하면서 보험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과기부는 우정사업본부 내 설계사 노조 우체국FC노조와 '보상금 및 수수료 협약'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이종호 과기부 장관과 안승진 우체국FC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 주요 내용으로는 △매년 임금(수수료)협약 △2년마다 단체협약 △보험계약 유지율에 따른 보상금 지급 기준 하향 △조합원 잘못이 없는 경우 수수료 환수 금지 △전국 우체국 FC실에 노조 사무실 제공 등 설계사 조직에 유리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보험업계는 설계사 노조 첫 단협 체결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간 보험사는 설계사 노조와 협상을 미뤄왔는데, 국가기관이 직접 산하 설계사 노조와 임단협을 맺었다는 점에서다.

과거 보험설계사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라기보다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로 여겨졌다.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만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선 설계자 노동자 지위를 인정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지난 2021년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설계사 노조가 설립된 이후 보험업계 설계사 조직엔 노조화 바람이 불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계사 노조는 사측과 기초협약을 체결해 최초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삼성생명, 삼성화재, KB라이프생명 GA 등 대형사에서도 설계사 노조가 탄생했지만, 아직 회사가 이들과 본협상을 체결한 사례는 없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우체국FC노조 단협 체결을 계기로 다른 보험설계사 노조도 하루빨리 단체협약 체결이 진행되길 바란다”며 “아직까지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보험사도 노조가 설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체국FC노조 사례와 별개로 보험사와 설계사 노조 간 본협상 가능성엔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와 설계사 노조가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올해만 해도 한화생명과 KB라이프의 GA 등에서 노조의 규탄 시위 집회가 개최된 바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노조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사진=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사진=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