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연매출 생보사 첫 추월...수익창출력도 비교불가

생보사 주력 종신·저축성 위축 탓
암·건강 등 제3 보험서 활로 탐색

손보사 연매출 생보사 첫 추월...수익창출력도 비교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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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수입보험료)이 생명보험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뿐 아니라 매출까지 역전된 건 역사상 처음이다.

9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가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118조5974억원으로 생보사(112조4075억원) 대비 약 6조원 앞섰다.

지난 2016년엔 생보사의 수입보험료가 손보사에 26조원 이상 앞섰지만,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 첫 역전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손보업계의 당기순이익은 8조2626억원으로 생보업권(5조952억원)보다 3조원가량 높았다.

국내 생보사의 총자산이 880조원으로 손보사(343조원)에 비해 두배 이상 크는 점을 감안하면 생보업권의 수익 창출력이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는 생보사의 주력 상품이던 종신보험(사망)과 저축성 보험이 매력을 잃게 되면서 위기가 현실화됐다고 우려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생보사의 효자 상품 종신보험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진단이다.

그간 수입보험료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저축성보험이 위축된 영향도 크다. 지난해 보험사에 도입된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선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인식돼 보장성보험 대비 수익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에 생보사들도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매출은 28조514억원으로 전년(45조2626억원) 대비 17조2112억원 급감했다. 전체 수입보험료 감소(20조2761억원)의 대다수가 저축성에서 발생했다.

주력 상품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최근 생보업계는 손보사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제3보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3보험은 생보사와 손보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영역으로 암보험과 건강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엔 김철주 생보협회장이 협회의 주요 추진 과제로 제3보험 강화를 꼽기도 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생보업계가 위기다'라는 말이 돌았는데 지난해 매출 역전을 계기로 위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그간 생보업권은 종신보험과 저축보험 의존도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수요가 감소해 제3보험 비중을 확대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보험연구원은 IFRS17에서 무위험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저축성 상품의 보험계약마진율이 1.2%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준으로 보장성 상품에선 종신보험이 9.7%, 건강보험은 19.1%의 마진율을 기록했다.

같은 금액의 보험을 판매해도 상품마다 마진에서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생보사는 보장성 보험 위주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유리하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