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대로 의대생 휴학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 대학이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수업 재개에 나섰다.
가천대는 1일부터 수업 재개에 나섰고 가톨릭대는 15일 수업을 시작한다. 성균관대는 다음 주, 인하대는 29일, 중앙대는 5월 1일을 수업 재개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려대는 온라인 강의는 열어뒀지만 공식적인 수업 재개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이화여대는 수업 재개 날짜를 1일에서 8일로 미뤘다가 다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수차례 수업 재개 시점을 연기해오던 대학들이 속속 수업을 시작하는 배경은 더 이상 학사일정을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 수업 일수는 매 학년 30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초 3월 말에서 4월 초로 마지노선을 뒀던 대학들은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5월 1일 수업을 시작하면 어떻게든 수업시수를 맞출 순 있을 것”이라며 “여름방학을 건너 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현재 휴강 중인 상태로 현 시점에서 유급 판단 대상자는 없다”면서 “재학생 학습권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유연학기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온라인 수업 등을 활용한 수업도 인정하겠다고 한 만큼 대학들은 온라인 수업 병행을 적극 이용할 방침이다. 가천대·고려대·경북대·전북대 등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강의실에 나오지 않더라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온라인 수업과 같은 집중수업도 가능하다”며 “여러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과 정부 간 강경 대치가 이어지면서 대학 내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A대 관계자는 “의대 수업 개시와 관련한 전화만 하루에 100통씩 쏟아지고 있어 목이 아플 지경”이라면서 “대학은 일단 학생 유급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각 대학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학 내 누적 적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B대 관계자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개강이 중요한 건 아니고, 단지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는 게 걱정”이라면서 “이 사태가 계속되면 대학도 누적 적자가 엄청난 상황이라 힘들다”고 말했다.
C대 관계자는 “마냥 수업을 미룰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대학도 유급을 막기 위해 뭐든 해보겠다는 심정으로 거의 매일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