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유기는 이제 필수품입니다. 공유기가 없는 장소를 찾는 게 어려울 정도죠. 가정, 사무실은 물론 카페나 공공장소에도 공유기가 설치돼 있잖아요. 덕분에 우리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으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죠. 쓰임새가 많으면 제품 종류도 다양해지는 법이죠. 공유기는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래서인지 막상 공유기를 고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죄다 비슷하게 생겼고, 사양을 봐도 어려운 용어만 잔뜩 쓰여 있죠. 일반 사용자 입장에선 어떤 제품이 조금 더 나은지 확인하기 어렵죠. 그중에서도 ’AC1200‘, ’AX3000‘처럼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딘가 규칙성을 가지고 있는 듯한 용어가 자주 보일 텐데요. 이 뜻을 알면 공유기 체급을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AC, AX 의미는 무선랜 규격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와이파이는 무선랜 규격을 따릅니다. 전기전자기술협회(IEEE)라는 조직에서 무선랜 규격을 관장하죠. 쉽게 말해 무선랜 관련 사양이나 기능을 정한다는 겁니다. 아마 공유기를 찾다 보면 ‘IEEE 802.11’이라는 용어를 접했을 텐데요. 이게 무선랜 규격입니다. 무선랜 규격은 여기에 알파벳 소문자를 붙여서 버전을 구분합니다.
‘그럼 와이파이는 뭐지?'하는 의문이 드실 텐데요. 와이파이는 위 규격을 사용한 제품을 인증하는 단체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의 상표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와이파이는 무선랜 규격과 구별돼야 하죠. 하지만 현재 무선랜 규격과 와이파이는 사실상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어요. 와이파이 버전이 곧 무선랜 규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무선랜 규격은 802.11 뒤에 붙은 알파벳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무선랜 규격은 802.11b(와이파이 1)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에 마련됐죠. 이후 802.11a(와이파이 2), 802.11g(와이파이 3) 등 다양한 규격이 발표됐는데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규격은 802.11ac(와이파이 5)와 802.11ax(와이파이 6)에요.
눈치채셨나요. 공유기에 붙은 AC, AX는 무선랜 규격을 뜻합니다. AC는 802.11ac 규격을 사용하는 기기라는 의미에요. 즉 와이파이 5 공유기입니다. AX는 802.11ax, 그러니까 와이파이 6 제품에 붙습니다. 더 최신 기술을 사용한다는 거죠. 공유기 중엔 ‘AXE’라는 문자를 붙인 제품도 있는데요. 와이파이 6 확장 규격인 ‘와이파이 6E’ 기기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IEEE는 올해 안에 차세대 무선랜 규격 802.11be를 승인할 예정인데요. 이는 와이파이 7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문자 뒤에 붙은 숫자는 무슨 의미
무선랜 규격을 나타내는 AC, AX와 같은 문자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붙은 숫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숫자는 공유기가 지원하는 주파수 대역폭의 총합을 나타내요. 쉽게 말해 공유기가 각 주파수 대역별로 낼 수 있는 속도의 단순 총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래의 예시를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AC1200이라고 적힌 공유기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802.11ac(와이파이 5) 규격을 충족하는 제품이겠네요. 요즘 공유기는 2.4GHz, 5GHz 두 가지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데요. 1200이라는 숫자는 2.4GHz 주파수에서 300Mbps, 5GHz 주파수에서 866Mbps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값을 더하면 1166, 이를 반올림하면 1200이 됩니다.
다른 예로 AX3000 공유기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802.11ax(와이파이 6) 규격을 사용한다는 뜻이겠죠? 숫자 3000은 2.4GHz 대역 속도 574Mbps와 5GHz 속도 2402Mbp를 더한 값입니다. 574+2402=2976이니, 반올림하면 3000이 나오네요. 단 공유기 속도가 이 숫자만큼 나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동시에 두 주파수 대역에 연결할 수 없으니까요. 위 숫자는 단순히 주파수 대역폭 합을 적어놓은 겁니다. 공유기의 ’최대 속도‘를 나타내지 않아요. 이런 점에서 일종의 마케팅 용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AC? AX? 어떤 제품이 나을까
같은 가격대라면 당연히 비교적 최신 기술을 지원하는 AX가 붙은 제품이 좋습니다. 와이파이 6는 최대 전송 속도는 9.6Gbps로, 와이파이 5(6.9Gbps)에 비해 40%나 더 높아요. 또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의 세대도 다릅니다. 둘 다 2.4GHz, 5GHz를 사용하지만, 정확히 따지면 와이파이 5는 5GHz만 제대로 지원합니다. 2.4GHz 주파수는 802.11n(와이파이 4) 규격으로 제공해요.
데이터 전송 효율 면에서도 와이파이 6가 앞서요. 와이파이 6는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OFDMA)을 사용하는데요. 이는 여러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하는 기술이에요. 공유기에 연결된 기기에 보낼 데이터를 쪼개서 한꺼번에 보낸다는 의미에요. 와이파이 5의 경우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전송하기에 처리 효율이 비교적 떨어집니다.
이외 와이파이 6는 개선된 ‘다중 사용자-다중 입력 다중 송출(MU-MIMO)을 지원해요. 말이 길고 어려운데, 쉽게 말해 동시에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와이파이 5는 한꺼번에 4대의 장치에 데이터를 전송 가능한 반면, 와이파이 6는 8대까지 처리합니다. 또 와이파이 6는 공유기와 기기 간 양방향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