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시장에서 원자력발전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차액계약(VC·Vesting Contract) 제반 작업에 착수했다. 실무 기관을 주축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연내 차액거래 설계안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원전 차액계약 도입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전력거래소 등 4개 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해 최근 실무 회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차액계약 협의체는 지난 2022년 구성했지만 한전 재무악화로 잠정 중단됐다 이번에 재가동한 것이다.
산업부는 올해 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원전 차액계약도입을 중점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산업부와 외부전문가, 전력거래소 등으로 구성된 정부승인차액계약운영위원회(차액위원회)도 다시 꾸려진다. 당연직을 제외한 외부전문가 5명 중 세명의 임기는 이미 만료됐고 2명 역시 지난 달 임기가 끝났다. 이에 새위원회로 구성하기 위한 신규위원 선임 절차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차액계약은 발전사와 전력구매자(한전)가 정부승인 아래 저원가 발전기를 대상으로 발전물량과 거래가격을 사전에 계약하고 전력시장가격(SMP)과 계약가격간의 차액을 정산하는 제도다.
현재 전력 도매시장은 사실상 100% 현물 시장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시장 환경변화에 따라 전력시장가격이 크게 변동해 불확실성이 크다.
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하면 계약에 따라 저원가 발전기의 초과이윤 적정 수준을 제한하는 동시에 변동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비율은 30%를 웃돌았지만 원전 발전을 통한 전기 판매 금액은 전체 전력 거래액의 11%에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물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계약시장을 통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또한 원전에 대한 발전기반을 마련하고 무탄소에너지인 원전산업을 계약 시장을 통해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발전사 입장에서도 예측성이 높아지고 시장 상황에 맞춰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어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은 정산 과정에서 한전 적자를 일부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1631억원에 달했지만 4분기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이번 차액계약 도입에 민간 발전사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차액계약 기준 가격이 향후 전력 사업 수익성 판단에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차액계약 대상 발전기는 원자력, 석탄, 부생가스, 수력 등 저원가 발전원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일정부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민간발전사도 관심이 매우 크다”며 “앞으로는 민간과 공공발전사들의 (기준가격의) 균형점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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