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 논의가 총선을 지나며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한도 상향이 아닌 투자자예탁금에 한정된 현행 보호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금융당국 차원의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가 여당이 내건 공약 가운데 유권자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정책인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투자자보호 제도의 개선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10일 예금보험공사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 안팎으로 예금자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행 투자자예탁금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 보호 범위를 유가증권 등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에서는 금융계약자 보호제도 개선 용역을 수행해 보호범위 확대 가능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지난 2월 프랑스 예금보험 기구와도 만나 해외의 예금보험 적용 사례를 살폈다”면서 “섣불리 예금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것보다는 보호대상을 현실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예보에서는 지난해부터 '예금보험3.0'을 제시하며 예금자 보호범위 확대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예금자보호 제도에 대해서는 금융권 안팎에서 꾸준히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23년째 5000만원으로 동결된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가 금융권 뿐만 아니라 국회 안팎에서 제기됐다. 장고를 거듭한 금융당국은 한도를 상향하기보다는 연금저축 등으로 보호대상을 넓히는 방향을 택했다. 단순히 한도를 상향하는 것만으로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등 추가로 보호대상을 넓히자는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발 ELS 불완전판매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 상당수 금융소비자가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한 금융상품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 의식이다. 현행 사전적 보호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이 내건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이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일 만큼 국회의 관심도 크다.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또는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는 장기 과제로 지속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각국에서 예금보험 기구 차원의 제도 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사태 이후 은행 및 보험사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회사 등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부실 방지 대책이 수립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번 금융위기는 비은행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