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외곽도로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려 찾은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의 역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동고동락한 술 '소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주류 운반 트럭이 줄지어 드나드는 모습에 새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생산현장임을 느낀다. 트럭들을 뒤로하고 오늘 방문의 목적지인 증류식 소주 숙성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생장비를 갖추고 숙성실에 들어서려고 문을 열자 찬 공기가 가장 먼저 느껴진다. 그리고 시야에 펼처진 것은 거대한 창고에 웅장한 위용을 뽑내는 1만ℓ의 술을 저장할 수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술통'이다. 오래된 나무 향과 술 냄새가 섞여서 코를 자극하는데, 무방비 상태로 들이 마셨다간 향 만으로도 취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차가운 공기는 술을 숙성시키는데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1년 내내 약 10℃ 정도로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럽에서 목통 저장을 할 때 지하 또는 산지 등 저온에서 숙성을 하는 형태를 동일하게 유지한다. 저온 숙성 이유는 숙성에 대한 변화도 있지만 이 나무통이 온도가 올라가면 손상이 되거나 술이 빠지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영규 증류주 제조파트장은 이 1만ℓ 술통은 프랑스산 목재를 사용해 새롭게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담겨 숙성중인 술은 아직 몇 해 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연구소에서 이 술을 확인을 해 '제품화를 해야겠다' 아니면 '어떤 제품과 블랜딩을 해야겠다' 등 형태로 운영이 된다고 한다. 한 마디로 10년 뒤 또는 20년 뒤 하이트진로 오리지날 18년산, 24년산 증류주가 되는 회사의 미래 플래그십 주류 제품이 될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해 철문, 마치 큰 냉장고의 문이 열리는 듯한 곳으로 들어서니 가운데 레일같은 이동장치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선 5000여개의 나무술통이 쌓여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가 숙성되고 있는 곳이다.
이영규 파트장은 “이곳에는 1년동안 나무통에서 숙성하고 있는 것도 있고 10년이 지난 것도 있고, 제일 오래된 것은는 올해까지 24년 동안 나무통에서 숙성하고 있는 술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일품진로 18년'을 시작으로 매해 한정생산하는 프리미엄 제품이 이제 '일품진로 24년'으로 출시를 기다리는 헤리티지가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쌓여있는 각각의 나무통에는 언제 들어왔고, 언제 술을 주입했는지 등을 표시한 명판이 붙어있다. 각 통의 위치도 정기적으로 바뀌는데, 이를 전통방식을 고집해 일일히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물류 로봇 시설을 구축해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을법 하지만, 수십년 공을 들여야하는 숙성작업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넣을 수 없다는 장인정신이 담겼다.
이 파트장은 일품진로를 숙성하는 나무통은 미국산 참나무통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통을 수입해 일품진로의 숙성에 사용한다. 술이 나무통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이 되는데, 나무의 셀룰로즈하고 술이 반응해 흔히 아는 위스키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곳이다.
이 파트장은 “미국산 참나무통하고 유럽산 참나무통 하고 원산지가 틀리기 때문에 그 나무통에 대한 술 맛의 차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나무통 내부를 새까맣게 토칭해서 사용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맛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통은 재사용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드럽고 온화한 맛이 나고, 앞서 본 1만ℓ 프랑스산 나무통의 술은 아무래도 새 나무이다보니 생나무취가 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100년 기술력과 노하우가 담긴 이 숙성실에서, 생나무취가 사라지고 은은한 맛을 내는 새로운 주류가 탄생될 때까지 앞으로 20년, 50년, 또 다른 100년의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