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생산…가격 경쟁력 확보
폭스바겐 보급형 모델과 대결
기아가 소형차를 선호하는 유럽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보급형 전기차 'EV2'(가칭)를 내년 출시한다.
EV2는 유럽 시장만을 위해 개발한 첫번째 전용 전기차로, 2만~3만유로대(약 3000만~4000만원 중반대)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르노, 푸조 등과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기아는 2025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신차(프로젝트명 'QV1')를 개발 중이다. 2022년 하반기 QV1 개발에 착수한 기아는 최근 양산 준비를 위한 첫 프로토타입 모델을 제작했다. 올 하반기 QV1상품 전략을 점검하는 품평회를 열어 최종 스펙 등을 확정하고,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 등을 거쳐 내년 4분기 양산하는 일정을 수립했다.
기아는 QV1 차명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기존 전기차 네이밍 전략에 따라 EV2가 유력하다. EV2는 실용적 차량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 특성을 반영해 판매 불륨을 확대할 전략 모델이다.
'전기 엔트리 크로스오버차(CUV)'를 상품 콘셉트로 한 EV2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한 크기를 갖췄다. 올해 출시될 EV3(프로젝트명 SV)와 비교해 전장은 300㎜가량 짧은 4000㎜, 축간거리는 125㎜ 짧은 2555㎜로 소형 전기차 시장에 투입된다.
기아는 EV2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리튬인산철(LFP)과 삼원계(NCM) 두 가지 배터리 선택지를 제공하고, 현지 생산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인다. 42.0㎾h LFP 배터리 기본형은 300㎞, 62㎾h NCM 배터리 항속형은 440㎞의 주행거리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가격은 배터리 스펙에 따라 LFP 기준 2만유로대, NCM 기준 3만유로대로 책정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첫 차를 구매하는 20·30대는 물론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한다.
EV2 생산은 유럽 내 기아의 주력 거점인 슬로바키아 공장이 맡는다. 연간 생산 목표는 8만대 수준으로 잡았다. 현지 생산·판매 방식으로,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
경쟁 상대로는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내년 선보일 보급형 전기차 'ID.2'가 손꼽힌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ID.2 양산 전 콘셉트카인 ID.4 ALL을 공개하고 주행거리 450㎞, 시작가를 2만5000유로 미만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독일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유럽 각국은 보조금 규모를 크게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추세라 신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유럽 전기차 수요는 338만대로 전년 대비 7.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