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증권가, 전산운용비 늘리고 지점 줄이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에 디지털 DNA가 빠르게 이식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IT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늘렸다. 오프라인 지점 수를 줄이는 한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고도화하는 등 디지털 고객 대상 전략을 확대편성한 모습이다.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48곳의 전산운용비는 전년 대비 9.35% 늘었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51.26%로 증가 폭이 더욱 뚜렷하다.

주요 7대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22.9%로 가장 많이 전산운용비를 늘렸다. 이어 신한투자증권 22.43%, 메리츠증권 10.18%, 삼성증권 9.13%, 한국투자증권 5.5%, 미래에셋증권 4.55% 순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2.8% 감소했다. 특히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3년 새 전산 운영비 규모를 각 205.7%, 160.77% 대폭 확장했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지속 탑재하는 등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대형 증권사를 비롯, 중소형 증권사도 MTS 업데이트를 실시하면서 '엄지족' 이용자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KB증권은 MTS에 고객 질문에 실시간 응답해 주는 금융 비서 '스톡 AI'를 선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랩(WRAP) 상품 추천해 주는 '마이 AI'를 출시했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10월 공개를 목표로 MTS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증권은 신규 MTS '내일'을 선보인 바 있다.

토큰증권(ST) 등 신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산 개발도 비용 증가를 이끌었다. 하나증권은 MTS에서 ST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다수 증권사도 시장 선점을 위해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사내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증가한 이유도 있다. 기존 종이로 이뤄지던 업무 체계가 태블릿 PC를 활용하는 식으로 변하는 등 금융권 '페이퍼리스' 확산 기조가 퍼지는 추세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 인쇄비는 3년새 5.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오프라인 지점 수는 감소 추세다. 지난해 증권사 국내 영업점포(지점·영업소·사무소)는 824곳이다. 전년 대비 7.62%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만 해도 1015곳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트렌드가 비대면화와 디지털화로 변하면서 IT 역량 강화를 위한 각 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스마트폰 등장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들이 미래 고객인 만큼, 증권사 디지털 혁신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