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기업의 물류·정보통신(IT) 매입내역 공시 의무가 삭제된다. 매출 내역만으로도 내부거래 현황을 파악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대기업 임원과 총수일가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약정 내역은 공개하도록 공시 매뉴얼이 개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도 공시 매뉴얼 개선안'을 16일 발표했다.
그동안 기업집단현황공시 항목 중 '물류·IT 서비스 거래현황'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IT 서비스 매출이나 매입 거래가 있는 소속회사는 매출 내역과 매입 내역을 각각 공시했다. 그런데, 동일한 거래에 대해서도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매출액과 매입액이 다르게 산정되는 경우가 있어 올해부터는 매출 내역만 공시하도록 양식을 개선했다.
김민지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기업들의 매출 내역을 통해서도 물류·IT 서비스 분야의 내부거래 현황 파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면서 “기업의 공시 부담을 낮추면서도 보다 일관된 정보가 시장에 제공되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현황 공시 중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거래현황 공시에서 RSU 등 주식 지급거래 약정 내역 공시 양식을 새롭게 추가했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일정 기간 재직 등의 조건을 충족한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무상으로 주는 제도로, 국내 대기업 중 한화그룹이 2020년 최초 도입해 각 계열사 대표이사·임원들에게 지급한 바 있다. RSU를 비롯한 주식거래 지급 약정이 총수일가 등의 지분율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는 이에 주식거래 지급 내역을 공시 대상에 포함해 총수일가 등의 지분변동 내역 및 장래 예상되는 지분변동 가능성 등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올해부터 기업들은 직전 사업연도에 특수관계인인 총수일가·임원과 주식 지급거래 약정을 체결한 경우 △부여일 △약정의 유형 △주식 종류 △수량 △기타 주요 약정내용 등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는 공정위의 RSU 공시 도입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RSU 공시가 금융감독원 공시와 중복된다는 점을 들어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기업 부담만 가중한다는 주장이다.
김 과장은 “공정위는 기업들의 공시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감원 공시항목에 준해 공시양식을 마련했다”면서 “공정위 현황공시는 사업보고서 공시대상인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사도 공시대상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주식지급약정에 관한 보다 포괄적인 정보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