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령 사회 '플랜75'가 주는 경고 철저히 대비해야

이준호 지냄 대표. 사진=지냄
이준호 지냄 대표. 사진=지냄

지난 2월 개봉한 플랜75 영화가 화두다. 플랜75는 75세 이상 국민에게 국가가 죽음을 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미래 일본 정부가 청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특별 대책으로 '플랜75'를 내놓는데, 나라가 나서 대대적으로 안락사를 종용하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필자는 시니어의 주거와 복지를 위한 사업을 하다보니 고령층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다. 이들 또한 플랜75 이야기를 듣고 착잡한 마음이라는 입장이다. 시니어들 다수는 위축되는 느낌과 자칫 가족에게 짐이 될까, 사회에서 소외당할까 마음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일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미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어섰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연평균 4.6%씩 증가 중이며 지난해 말에는 총 인구의 27.2%까지 차지했다.

나홀로 거주 인구도 급속도로 확대 중인데, 부산만 해도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22.2%로 고령층 5명 중 1명은 혼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초고령 사회를 맞아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먼저 거주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60세를 넘긴 국내 노인세대는 전체 세대 수 중 35.6%로 이미 3분의 1을 넘겼다. 노인세대는 갈수록 더 많아져 2030년에는 43.6%, 2040년에는 52.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전용 주택 공급은 고령 세대수의 0.4%에 불과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거주 문제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웰라이프다. 사람은 기본 3대 조건인 의식주 외에도 삶을 영위해 나가는데 있어 '잘 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노인세대들이 즐겁게 어우러지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우울증 환자 수는 2018년 24만8712명에서 2022년 26만6493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또한, 고령층은 우울증 자체를 인식하지 못해 제때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운영중인 웰니스 아카데미는 이러한 부분에 주목해 시니어 세대가 건강하고 활기찬 심신을 가져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 세대 문제를 체계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하는 협력 체제 출범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부 외에도 초고령 사회를 준비하고자 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이들이 모인다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과 방침이 속도감 있게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초고령 사회는 더 이상 방관할 문제가 아니다. 부모님과 자녀들이 머지않아 맞닥뜨리게 될 선명한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플랜75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온 사회가 힘을 합쳐 철저한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지냄 대표 이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