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하나의 소비 형태로 자리잡으면서 유통업계에 이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등 ESG 경영이 확대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장수 막걸리는 지난 2020년 막걸리 업계 최초로 '장수 생막걸리'의 상징이었던 녹색 페트병을 친환경 투명 페트병으로 전면 교체했다. 불투명 유색 페트병은 중·저품질의 재활용품인 반면, 투명 페트병은 고부가가치 재활용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듬해에는 접촉면을 최소화해 손쉽게 분리배출이 편리한 에코탭 라벨을 적용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서울장수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우수기업 공모전'과 'K-ESG 경영혁신대상' '행복더함 사회공헌 우수기업'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3관왕을 수상하며, 업계 내 친환경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LF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소비자에게 지속가능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1월 친환경 패키지를 도입했다. 무염소 표백기술 'ECF' 방식을 활용한 쇼핑백과 선물상자를 도입하고, 포장 부자재도 친환경 소재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물 샘플 제작 대신 3D 디자인 프로그램 'CLO'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헤지스는 '그린 스탭'이라는 슬로건 아래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 상용화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월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적용한 비닐 포장재를 개발, 올리브영의 즉시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 상품 포장에 도입했다. 또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PHA 종이코팅을 개발해 CU의 컵라면 용기에 적용했다. 이달에는 PHA를 적용한 '러듀얼 칫솔'을 출시했다.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는 고분자 물질로, 토양과 해양을 비롯한 대부분 환경에서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전 세계에서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소수의 기업만이 양산중이다.
유통업체들이 가치소비를 겨냥한 친환경 경영을 확대하는 배경은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주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0.7%에 해당하는 907명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95.3%는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치소비를 실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친환경 포장재로의 전환은 유통업계의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이같은 트렌드 확산으로 소비자는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고,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