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테크읽기]유기적 협력과 빠른 대응이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전기차·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분야 변화 속에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전기 전자구조, 소프트웨어(SW) 프로세서,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센서와 인터페이스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해지고 있다. 테크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692억달러로 작년 대비 16.5% 성장했다. 이 중 독일 인피니언이 14%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상위 5개사 점유율은 약 50%로 주요 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차량 제어의 핵심인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분야에서 인피니언이 29%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SDV로 이어지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온 결과로 분석된다. 인피니언은 현대차·기아 협력센터 운영,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 협력, 국민대 인피니언센터 운영 등 우리나라 차량용 반도체 시장 생태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트업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는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 브이에스아이(VSI) 인수를 발표했다. VSI는 자율주행 센서와 자율주행 프로세서간 데이터를 고속 전송하는 칩셋을 개발하는 업체다. 이미 시장에서 유망 업체로 평가받는다. 모셔널의 현대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 총 30여개 센서가 탑재됐고 폭스바겐과 모빌아이가 협력한 도심 자율주행 차량에는 11개 카메라, 9개의 라이다가 탑재됐다. 이 같이 수많은 센서에서 얻어지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기술이 필요한상황이다. 자율주행 프로세서와 센서를 연결하는 자율주행 고속 네트워크 기술 시장에서는 현재 ASA(Automotive SerDes Alliance) 표준과 MIPI-A PHY 표준이 경쟁하고 있다.

VSI는 ASA 표준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주요 완성차와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마이크로칩영업력과 VSI 기술력이 더해지면 시장에서 파괴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MIPI-A PHY 기술은 TV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진화한 기술로, 이스라엘 발렌스가 대표적인 회사다.

고전압과 빠른 스위칭 속도가 필요한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전력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2022년 SK는 SiC 전력반도체 전문업체 예스파워테크닉스를 인수하고, 사명을 SK파워텍으로 바꾼 바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 에이프로는 GaN 전력 반도체 개발을 위해서 에이프로세미콘을 설립하고 양산을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안전성 검증이 필수다. 때문에 반도체와 ICT,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가능성과 함께 시장 진입을 위한 장벽도 존재한다.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은 관련 부처가 주요 완성차와 연계해 장기적 관점에서 협업 프로그램을 구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와 함께 필요한 기술을 발굴, 개발하고 장기적 차량 적용 계획을 만들어 나가자는 의견이다. ARM과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사와 국내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도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로 확대해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가 없는 국내 생태계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반도체 팹리스 업체를 위한 파운드리(위탁생산) 프로그램 운영, 개발 툴과 SW 지원체계 구축 등이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긴 호흡과 많은 투자가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변혁이 시작됐다. 유기적 협력 체계의 구축으로 미래 먹거리 시장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