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마중물 마를라”…中企 상생기금 끌어쓴다

중기부, 재원 활용 법률개정 착수
대기업 출연금으로 벤처 직접 투자
기금 규모 제한적…시장 활성화 한계
업계 “퇴직연금도 활용 검토해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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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중소 협력사 지원을 위해 조성한 상생협력기금이 벤처투자 시장에 투입된다.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며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나온 고육지책이다. 다만 기금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시장 유입 등 보다 전향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을 벤처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금에 벤처투자조합 결성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2011년 도입된 상생협력기금은 국내 법인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출연한 민간기금이다. 대기업이 대상 중소기업과 지원 과제를 정하면 협력재단이 출연금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상생형 스마트공장과 구매조건부 공동 연구개발(R&D), 협력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지원, 해외 판로 개척 등에 상생기금을 활용했다.

여기에 벤처투자조합 출자 사업을 기금 활용 용도로 추가, 대기업 출연금으로 유망 중소·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출연금의 7%에 대한 세액공제와 동반성장지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최근 4년간 벤처투자 시장 현황(자료=중소벤처기업부)
최근 4년간 벤처투자 시장 현황(자료=중소벤처기업부)

수년째 벤처시장 침체로 운용사(GP)와 벤처·스타트업 모두 어려움을 겪자 자금 유입처를 확대하자는 차원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 규모는 10조9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벤처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던 금융기관도 출자를 축소하면서 신규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상생협력기금의 중소·벤처기업 투자가 본격적인 벤처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생협력기금은 해마다 평균 2000여억원이 출연금으로 모이고, 약 1750억원이 상생사업에 활용됐다. 새로운 용처에 맞춰 출연금을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물가·고금리로 거시경제 악화에다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 대기업의 자금 출연 여력이 마땅치 않다.

중기부 관계자는 “상생협력기금의 벤처투자조합 운용 방식과 재원 확보 자금 조달 계획 등을 현재 수립하고 있다”면서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기금 취지를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VC)업계는 벤처투자 시장 위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퇴직연금의 민간모펀드 활용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퇴직연금 345조원 중 1%만 벤처시장에 유입되면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펀드가 위험자산이라는 우려로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선 논의가 멈춰있지만,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평균 청산 수익률은 7%가 넘는다.

VC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지난해 연기금 9곳이 퇴직연금의 5%를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벤처펀드 수익성은 꾸준히 입증된 만큼 이제는 퇴직연금의 비상장기업 투자를 금지한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