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의료 솔루션 기업들이 국내외 의료기기 업체와 손잡고 병원 영업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시장개화에 대비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하드웨어(HW)와 결합한 패키지 제안 등 고객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뷰노,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웨이센 등 의료 AI 솔루션 업체들은 국내외 의료기기 기업과 협업해 영업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뷰노는 올해 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판독 보조 시스템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두 곳과 손을 잡았다. 진단용 일반 엑스레이 시장 1위인 디알젬과 스페인 소재 엑스레이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 업체 세데칼이다. 이들 엑스레이에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를 기본 탑재해 글로벌 전역에 판매할 계획이다. 뷰노는 삼성전자와 글로벌 판매 협업 계약 종료 후 별도로 해외 영업 채널을 두지 않았는데, 올해 두 곳을 확보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
루닛은 최근 덴마크 소재 골절·관절염 진단보조 AI 솔루션 기업 래디오보틱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래디오보틱스를 통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 '루닛 인사이트 CXR'과 '루닛 인사이트 MMG'를 판매할 예정이다. 기존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등 판매채널을 활용한 HW·SW 패키지 전략에 이어 AI 의료 솔루션 업체까지 영업 파트너로 확보, 진료과목을 늘린 패키지 솔루션 전략을 펼친다.
코어라인소프트도 현재 복수의 글로벌 컴퓨터단층촬영(CT) 제조업체와 파트너십 체결을 논의 중이다. 해당 업체가 생산하는 CT 기기에 코어라인소프트 흉부질환 동시진단 솔루션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를 기본 탑재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이를 포함해 병원을 대상으로 CT 영업시 코어라인소프트 솔루션을 공동 제안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올려 고객이 선택 구매 가능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외에도 웨이센, 딥노이드 등도 자사 솔루션을 탑재할 수 있는 내시경, 엑스레이 CT 등 국내외 제조업체와 패키지 구매 혹은 공동 영업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AI 솔루션 업체들이 연이어 하드웨어 기반 의료기기 업체들과 협업을 모색하는 것은 시장 개화 조짐에 맞춰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2020년을 기점으로 연구개발(R&D) 단계였던 의료 AI 솔루션이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도를 통해 AI 의료기기 병원 진입을 지원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31개 품목 중 의료 AI 솔루션은 절반 수준인 14개에 달했다.
이처럼 병원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시장 플레이어까지 늘면서 적극적인 영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까지 타진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은 필수로 꼽힌다. 이들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병원 영업력은 초기 시장 안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뷰노,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등은 해외 병원에서 차츰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글로벌 업체가 먼저 협업을 요청하기도 한다.
장세명 코어라인소프트 이사는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해 공동으로 병원에 진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면서 “최근에는 우리나라 AI 기업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먼저 협업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글로벌 기업과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