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높은 유럽 빌트인 시장에 'AI가전' 파고든다

유럽 전통 생활가전 시장에 인공지능(AI) 바람이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적극적으로 AI 가전 흐름을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 전통 강호를 인수해온 중국 가전사들이 판도 변화에 적극 뛰어들었다.

16일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로 피에라 전시장에서 열린 주방 가전·가구 박람회 유로쿠치나 2024에서는 프리미엄 디자인과 높은 조리 성능에 새로운 AI 기능으로 무장한 주방가전이 대거 등장했다.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현지 전통 가전사를 인수하는 전략으로 현지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한 하이얼의 공세가 두드러졌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로 피에라 전시장에서 주방 가전·가구 박람회 유로쿠치나 2024 개막을 앞두고 참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배옥진기자)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로 피에라 전시장에서 주방 가전·가구 박람회 유로쿠치나 2024 개막을 앞두고 참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배옥진기자)

◇유럽 빌트인 성공 방정식에 AI 더해

유럽은 전통적으로 집 구조가 좁아 빌트인 가전 선호도가 높다. 각 유럽 국가마다 점유율은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유럽 전체 가전시장에서 빌트인 점유율을 30% 수준으로 본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빌트인 점유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빌트인 가전시장은 212억달러(약 29조3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의 42%에 달한다.

정지은 삼성전자 DA(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유로쿠치나 2024 삼성전자 부스에서 스마트싱스 기반 가전 연결성의 차별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옥진 기자)
정지은 삼성전자 DA(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유로쿠치나 2024 삼성전자 부스에서 스마트싱스 기반 가전 연결성의 차별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옥진 기자)

올해 유로쿠치나에서 삼성전자는 과감하게 AI와 스마트싱스 기반 연결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방가전 전문 전시회이지만 AI 카메라를 탑재한 '비스포크 패밀리허브' 냉장고,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높은 보안 성능이 강점인 스마트싱스 기반 에너지 절약·모니터링 기능을 앞세웠다. 보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부스를 꾸렸다.

정지은 삼성전자 DA(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유럽 가전사들도 앱에서 AI를 이용해 주방 생활을 돕는 여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집안 전체와 집 밖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프리존 인덕션과 다운드래프트 후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프리존 인덕션과 다운드래프트 후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신규 제품군으로 AI가 음식의 끓는 정도를 파악해 알려주고 화구 위치에 관계없이 조리기구를 추적해 조리할 수 있는 '프리존 인덕션'을 처음 공개했다. 내부에 AI 카메라를 내장해 재료를 식별하고 130개 이상 요리법을 추천하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도 출시했다. LG전자만의 공감지능을 빌트인 주방가전에도 녹여냈다.

◇AI 가전 새바람 타고 중국 공세 '업'

유로쿠치나 2024에서 하이얼과 유럽을 겨냥한 스마트 가전 브랜드 캔디의 부스 전경 (사진=배옥진 기자)
유로쿠치나 2024에서 하이얼과 유럽을 겨냥한 스마트 가전 브랜드 캔디의 부스 전경 (사진=배옥진 기자)

중국 가전사 하이얼은 유럽 프리미엄 빌트인 점유율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밀라노 시내 곳곳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오븐 등 주방가전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 이탈리아 캔디, 일본 산요, 뉴질랜드 피셔&파이클 같은 프리미엄 가전사를 잇달아 인수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하이얼은 스마트 빌트인 키친 브랜드 '캔디(Candy)'를 전면에 내세웠다. 프리미엄 이미지에 더해 생활가전과 주방가전을 앱 'hOn'으로 편리하게 통합 관리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카메라로 식재료를 인식해 조리설정을 자동 세팅하고 레시피를 추천하는 '바이오닉 쿡' 기능도 선보였다.

보쉬의 유로쿠치나 2024 전시 부스에 오븐 신제품과 쿡탑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배옥진 기자)
보쉬의 유로쿠치나 2024 전시 부스에 오븐 신제품과 쿡탑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배옥진 기자)

유럽 전통 강자들도 AI 기능을 더한 프리미엄 빌트인을 내세웠다.

보쉬는 고해상도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새로운 오븐 시리즈8을 중점 선보였다. 아마존 알렉사나 '홈 커넥트' 앱을 이용한 음성 제어로 요리를 선택할 수 있다.

지멘스는 전용 센서와 카메라를 내장한 새로운 오븐 시리즈 iQ700을 중점 전시했다. AI 기능으로 최적의 요리 결과를 제공한다.

밀라노=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