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22대 총선을 앞두고 만들었던 비례정당과 합당에 나서면서 4년전 '꼼수 위성정당' 사태가 재현되고 있다.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철저히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 '위성정당 금지법' 등 선거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국민의힘은 당의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의 흡수·합당 결의안 처리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달 내 더불어민주연합을 해체하고 소속 당선인들을 '원대복귀' 시킬 예정이다. 이들 비례정당이 받은 선거 보조금 약 28억원은 모 정당인 거대 양당이 각각 거둔다. 선거 전 분업했다가, 선거 뒤 재결합하는 꼼수가 또 재현된 셈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며 “주권자를 우롱하는 이같은 비례대표제는 없애는 게 오히려 낫다”고 입을 모았다.
21대 국회때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비해 모자란 지역구 의석수를 비례 의석으로 채워준다. 하지만 여야는 이번에도 위성정당을 출범시켜 '다당제 실현'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허점을 공략해 오히려 양당 구도를 강화하는 결과를 연출했다. 녹색정의당 등 소수 정당은 21대 국회보다 더 축소돼 사실상 실종 위기에 처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의 경우 이들 여야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산술적으로 31석을, 개혁신당도 5석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직능별 대표 및 소수 정치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또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비례대표제를 두는 경우가 없다. 중대선거구제를 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2~3석의 몫만 남겨두고 모두 지역구 의석으로 돌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취지와 무관하게 오로지 뱃지를 달기 위한 배설구로 전락했다.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화순 한국정치학회 회장은 “많은 정치학자들은 비례성을 높이자는 데 동의하지만, 소선거구제 기반 준연동형 비례는 국민 민의를 왜곡한다는 면에서 꼭 개혁돠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등 소수 정당에서는 '위성정당 방지법'을 22대 국회에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가보조금 제한, 인력 꿔주기 금지 등을 포함해 근원적인 해결책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실효성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어봤자 자칭 '형제정당' '자매정당'만 난립할 것”이라며 “준연동형비례 대표 자체를 없애고 궁극적으로 중대선거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원래는 필요한 제도지만, 제도를 또 바꾼들 또 다른 꼼수가 분명히 생겨날 것”이라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준연동형 비례제는 없애고, 궁극적으로 독일과 같은 1대1 연동형 비례제도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법 개혁이 22대 국회 전반기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당리당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회 초반에 비례대표제, 공천제도 등 선거법과 정당법을 논의할 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