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의 보험대리점업 진출이 3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책 소외가 지속되면서 사업 다각화를 기대했던 캐피탈업계는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캐피탈사들은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대리점 업무를 취급할 수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선 캐피탈에게 대리점 업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험업법에선 여전사 중 카드사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탈사에게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산업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캐피탈업계는 지난 수년간 보험대리점업 영위를 위한 규제 합리화를 건의하고 있다. 캐피탈사가 취급하는 자동차 등 기계 및 설비금융엔 보험이 필수적으로 수반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예컨대 캐피탈사에게 대리점업이 허용되면 KB캐피탈을 통해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캐피탈사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두고 장고에 빠졌다. 캐피탈사가 대리점업을 취급할 경우 이를 금융기관보험대리점으로 볼지, 마이데이터사업자의 보험 진출로 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와 카드슈랑스(카드 내 보험판매)처럼 보험사가 아닌 금융사에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현재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선 자동차보험 상품 판매가 제한돼 있어 캐피탈사가 기대했던 시너지 창출이 어렵다.
그렇다고 기존 금융사인 캐피탈을 마이데이터사업자로 한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당국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마이데이터사업자 법인보험대리점(GA) 진출도 현재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캐피탈사 입장에서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나 금융기관보험대리점 등 전반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캐피탈사가 금융권 규제 완화 기조서 소외돼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개방될 때에도 캐피탈사는 논의에서 제외됐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캐피탈사의 숙원인 보험대리점업 허용을 요청하고 있으나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빅테크엔 보험 비교·추천으로 보험대리점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열어줬으나 캐피탈에겐 허들이 높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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