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발 유통전쟁] 〈4〉 택배업계도 지각변동

CJ대한통운 안성 MP허브 내부 전경
CJ대한통운 안성 MP허브 내부 전경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사업 확장으로 국내 택배업계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물량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결정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각각 5월 및 6월부터 국내 배송을 담당할 택배업체 선정을 위해 경쟁 입찰을 진행 중이다. 각 사가 대략적인 협의를 마치고 계약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은 통관·배송 역량을 모두 갖춘 국내 택배 빅3(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간 경쟁으로 압축된다. 지금까지는 CJ대한통운이 알리, 한진은 테무 물량을 각각 70~80% 담당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해 3000만 박스, 올해 1분기 약 1400만 박스에 달하는 알리 물량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 안정성, 인프라 구축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기존 업체 재계약에 힘이 실린다. CJ대한통운, 한진이 앞선 가운데 각 사가 세부적인 배분율을 두고 뺏고 뺏기는 형태의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배송·통관 역량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알리 전담 배송사 자리를 사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의 테무 물량 배분율 또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도 테무와 재계약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테무 물량이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린 한진은 올해도 테무 물량의 약 70%를 처리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알리의 남은 20%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분석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만큼 입찰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사들이 C커머스 입찰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C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택배 물량의 1~2% 남짓이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알리와 테무 물량이 연내 월 500~600만 박스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의 경우 오픈마켓 형태인 국내 브랜드 전문관 'K-베뉴' 효과로 더 큰 성장 폭이 예상된다.

특히 C커머스 물량은 자체 배송으로 돌아선 쿠팡의 대체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한진은 지난주를 끝으로 쿠팡과 위탁 택배 계약이 완전히 종료된 상태다. 한 때 전체 물량의 8%를 차지했던 쿠팡과 결별한 만큼 C커머스 물량 확대에 사실상 올인하는 모습이다.

택배업계는 직구 물량 유치를 위해 시스템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차세대 택배 시스템 '로이스파슬' 개발을 완료하고 택배 데이터 처리량을 하루 2000만건으로 확대했다. 한진은 최근 통관 물량 증가를 위해 인천공항 글로벌권역센터(GDC) 확장 공사에 돌입했다. 택배업계 4위 로젠택배도 해외직구 물량 유치를 위한 시범 배송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가 국내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만큼 C커머스와 택배업계 동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알리의 경우 연내 국내 물류 거점 설치를 예고한 만큼 풀필먼트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