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오랜 격언은 혁신의 여정에서 실패가 단순히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정임을 강조한다. 최근 개최한 국내 최대 정보기술(IT)전시회인 월드IT쇼(WIS)2024에서 선보인 'AI가 만드는 일상의 혁신'이라는 테마에서도 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진보된 기술들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어 우리의 일상과 업무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의 실패들이 어떻게 전체적인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는 사전적 의미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한자에서의 '실패(失敗)'는 '잃을 실(失)'과 '질 패(敗)'로 구성된다. 여기서 '실(失)'은 손(手)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잃어버리거나 놓치는 상황을 나타낸다. 반면 '패(敗)'는 지다, 패배하다라는 뜻으로, 무엇인가에 대항해 손실을 입었을 때 사용된다. 따라서 실패는 단순한 물리적 상실을 넘어서 심리적, 정서적 패배까지 포괄하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영어의 '실패(failure)'는 라틴어 'fall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속이다'를 뜻한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어떤 목표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인식의 오류 및 착각을 내포하며, 이는 종종 우리가 세운 계획이나 예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나타낸다.
이러한 어원적 의미들을 살펴볼 때, 실패는 단순히 결과의 부재가 아니라 과정에서의 인간적 경험과 깊은 감정의 발현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실패를 통해 우리는 한계를 인식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와같이 실패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가 혁신을 추구하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혁신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마주치게 되는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갈 것인가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 중 자연 선택의 원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진화 과정에서 처음에는 실패로 보일 수 있는 특성, 즉 환경에 완벽하게 적합하지 않은 특성이 실제로는 보다 성공적인 생존 전략 개발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기술 및 비즈니스의 혁신과 밀접하게 유사하다. 특정 종이 적응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아이디어와 기술도 고유한 형태의 자연 선택을 거친다. 따라서 회복력이 있는 종과 마찬가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러한 경험을 디딤돌로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더 큰 성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패는 인간 경험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혁신이라는 과정에서도 실패를 단순히 장애물로 보지 않고 학습의 기회, 성장의 발판으로 인식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는 두려움과 연결되기 쉽다. 특히 고비용과 고위험을 수반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실패를 회사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실패를 통한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마존을 가장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접근 방식은 이처럼 실패를 단순한 걸림돌이 아닌, 혁신적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잡이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구글과 같은 기업도 '빠르게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는 원칙을 통해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신속한 프로토타이핑과 반복적 개발을 강조하여 초기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이를 통한 교훈을 얻도록 한다.
혁신의 길은 직선적이지 않다. 그리고 실패는 이를 따라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혁신의 과정에서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로 활용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월드IT쇼에서 보여진 다양한 기술 혁신들도 처음부터 완성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들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발전해 온 것처럼, 우리의 혁신 노력도 실패를 통해 점차 완성되어 갈 것이다. 결국 혁신적인 성공은 실패의 잿더미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SW 디자인 융합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