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예고했던 국정 쇄신을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 인사로 시작했다. 사의를 표명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후임으로 여당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한 뒤 새 정무수석에는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발탁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 후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추후 인사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브리핑을 갖고 정 의원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브리핑은 주요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오후에도 직접 브리핑을 갖고 신임 정무수석으로 홍 전 의원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정 신임 비서실장에 대해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해서 한국일보에서 15년간 기자로서 근무했다. 주로 정치부에서 국회 출입을 많이 하고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도 하셨다”며 “2000년에는 16대 국회에 진출해서 5선 국회의원을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에서도 비상대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 국회부의장, 국회 사무총장과 같은 국회직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계에도 여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 비서실장으로서 용산 참모진들뿐만 아니라 내각, 여당, 야당 또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함으로써 직무를 아주 잘 수행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입 기자에게 생중계로 질문을 받은 것은 1년 5개월 만이다.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중단 이후 처음이다. 또 직접 인사를 발표한 것도 취임 이후 처음이다. 당선인 시절 초대 내각 명단은 직접 발표했지만, 취임 후에는 비서실장이 인사 발표를 대신했다. 이관섭 비서실장 인선 때도 김대기 당시 비서실장이 인사를 발표했었다.
총선 이후 국민, 언론,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이날도 주요 현안에 관한 질문에 직접 답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서는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책으로써 설계하고 집행하는 쪽에 업무 중심이 가 있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책 이런 것들은 이제 세워져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 여야, 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도 더 좀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주면 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 의원을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한 이유도 대국민, 대언론, 대야당 소통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 신임 비서실장은 임명 소감으로 “여소야대 정국 상황이 염려되고 난맥이 예상된다. 대통령께서 더 소통하고, 통섭하고, 통합의 정치를 이끄는 데 미력이나마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