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비트코인 반감기가 실행된 이후 투자자들이 '폭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뚜렷하지 않은 모양새다. 역대 반감기를 살펴보면 반감기 당일 이후로는 횡보하다가 최소 두달이 지나고서야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단기간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22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 기준 비트코인(BTC)은 9491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투심을 회복하며 한때 비트코인 1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새로운 비트코인 공급을 줄이는 이벤트로,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혀온다.
하지만 지난 19일(현지시간) 반감기가 완료된 이후에도 시세 변동은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비트코인 반감기를 살펴봐도 반감기와 동시에 폭등을 기록했던 적은 없다. 이와 같은 횡보세는 당연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첫 번째 반감기인 2012년 11월 28일 비트코인은 12.2달러에 거래됐다. 다음달까지 횡보하며 12월 28일에는 13.4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한달여간에도 횡보했다. 그러다가 며칠만에 15달러대로 올라서더니 오름세를 지속, 1년 후인 2013년 11월 28일에는 1079.9달러까지 뛰었다.
두번째 반감기에는 반감기 이후 하락곡선을 그렸다. 2016년 7월 9일 반감기 당일 662.8달러였으나, 이후 내려가며 한달 뒤인 8월 9일에는 589.2달러를 기록했다. 약 3달 동안 500~600달러 선을 횡보했다. 그러다가 11월 9일 710.9달러로 뛰면서 오름폭이 커지더니, 2017년 1월 1000달러 선에 올라섰다. 반감기 후 1년만인 2017년 7월 9일에는 2564.9달러를 기록했다.
세번째 반감기 때도 마찬가지다. 2020년 5월 11일 8737.6달러에서, 다음달엔 9878.9달러를 기록하더니 7월에는 9285.8달러로 다시 내려갔다. 그로부터 열흘 뒤 9162.3달러에서 반등해 28일 10961.1달러 선으로 올라가면서 상승 탄력을 받았다. 1년 뒤인 2021년 5월 11일 55846.1달러까지 훌쩍 뛰었다.
단기 폭등을 기대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블랙록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뒷받침 환경에서 비트코인 발행 속도가 감소하면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반감기를 시세를 부양하는 순풍으로 인식한다”라며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추이는 반감기가 발생한 해와 그다음 연도에 긍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라고 말했다.
에릭 안지아니 크립토닷컴 사장은 “반감기로 인한 채굴자 보상 감소는 비트코인 공급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하루 또는 일주일 안에는 큰 영향이 없더라도 6개월에 걸쳐 비트코인 강세가 증폭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