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3월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36% 늘어난 데 이어, 4월 1∼20일에도 4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5개월째 두 자릿수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달에도 추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회복 움직임은 기업 쪽에서도 엿보인다. 삼성전자 실적의 최대 약점이던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최근 가동률이 90%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가 감산에 돌입했을 당시 떨어진 가동률(60%)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 개선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도 나아졌다.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배 가량 늘어난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연간 15조원 적자를 낸 반도체 부문이 1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사업 부문이 5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점이 전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주력 산업인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반도체 턴어라운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 외에도 장비 소재 기업 등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침체가 1년여 만에 다시 반등한 것처럼 반도체 사이클은 전과 달리 짧고 변화가 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AI를 제외한 다른 반도체 수요는 침체 우려를 보이는 점도 걱정거리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최근 있은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AI 수요는 강하지만 전통적인 서버 수요와 소비자용 가전 수요 등이 미약하다면서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을 당초 20%에서 10%대 중후반으로 낮춰 잡았다.
종합하면 AI 쪽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다른 산업 분야는 주춤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도체 업황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속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럴 때일 수록 냉철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축배는 커녕 희망적인 기대를 걸기에도 아직은 이르다. 삼성전자는 낸드 가동률 상승에도 수요 회복이 확실치 않아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시황 영향만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져 더욱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끝없는 기술 개발과 다양한 변수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