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노용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용성 박사·포항가속기연구소 김민규 박사와 공동연구로 텔루륨(Tellurium)-셀레늄(Selenium) 복합 산화물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고, 고성능·고안정성 p형 박막 트랜지스터(TFT) 구현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는 최근 과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온라인 게재됐다.
휴대폰과 PC, 자동차 등 사람들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는 반도체가 사용된다. 반도체는 크게 결정질과 비정질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결정질 반도체가 원자나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구조를 가진 반면, 비정질 반도체는 그렇지 않다. 비정질 반도체는 제작 공정이 단순하고 비용도 저렴한 반면 결정질 반도체에 비해 전기적 성능이 떨어졌다.
특히, 그중에서도 p형 비정질 반도체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n형 비정질 반도체는 인듐갈륨아연산화물(IGZO)을 기반으로 OLED 디스플레이 분야 및 메모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p형 소재들은 아직 내재적인 결함이 많아 전자기기와 집적 회로의 핵심인 n-p형 상보성 양극성 반도체(CMOS) 발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학계에서도 20년 동안 성과가 나오지 않다 보니 고성능 비정질 p형 반도체 소자 개발은 거의 불가능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이번 연구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희토류 금속인 텔루륨 산화물의 전하량이 높아진다는 현상을 밝혀냈다. 이는 산소가 부분적으로 결핍되는 경우, 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억셉터 레벨(acceptor level)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이 p형 반도체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부분적으로 산화된 텔루륨 박막과 셀레늄을 사용한 텔루륨-셀레늄 복합 산화물(Se:TeOx)로 고성능 고안정성 비정질 p형 산화물 TFT를 개발했다.
또 연구팀의 TFT는 전압이나 전류, 공기, 습도 등 외부 조건 변화에도 원활하게 작동하며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특히 웨이퍼(판) 형태로 제작됐을 때 모든 부분이 동일한 성능을 보임으로써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반도체 소자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노용영 교수는 “OLED TV와 VR·AR 기기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와 저전력 CMOS 및 DRAM 메모리 연구를 위한 중요한 성과”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국가반도체연구실사업, 중견연구자사업, 삼성디스플레이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에는 포스텍 박사후 연구원 아오 리우 박사, 휘휘 주 박사 등이 참여했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