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가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스타트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학계에서 제기됐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영근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열린 한국벤처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개방형 혁신' 생태계에서 IT 기업과 스타트업은 협력 관계이며 획일화된 규제는 혁신을 저하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최 교수는 “IT 기업들은 끊임없이 벤처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면서 “플랫폼은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네트워크 효과를 실현시키는 기업조직 형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 재벌기업은 폐쇄형 혁신으로 하드웨어 벤처를 하청 계열화했지만, IT 플랫폼은 개방형 혁신으로 소프트웨어(SW) 벤처와 상호영향을 주며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 분석에 따르면, IT 빅테크는 스타트업을 사용자와 연결하는 혁신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전통재벌 기업이 원가절감 등을 목적으로 벤처와 거래 관계를 맺는 모습과 차이가 있다.
개방형 혁신으로 플랫폼 기업도 성장한다. 실제 상장 이후 네이버의 실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벤처펀드에 출자하거나 외부기업과 합작 투자하며, 외부기업 인수 등 시장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를 2015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최 교수는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기업은 개방형 혁신 활동이 새 기술과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 또한 IT 플랫폼 기업에 기존 대기업 규제와 같은 획일화된 규제를 적용하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희 동덕여대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법 제도 차원 우려는 이해되나 (플랫폼과 스타트업의) 연결을 막는다면 혁신 생태계 관점에서 성장 경로를 끊는다”면서 “혁신을 도와주는 규제를 하려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순 서울시립대 교수는 “플랫폼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진화를 드라이브하는 중요한 형태로 플랫폼 자체가 생명력이 있는 유기체면서 환경을 만드는 책임을 지는 개체”라면서 “플랫폼은 참여자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해서 진화를 하는 구조다. 정부가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면 유니콘 기업은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는 플랫폼 규제 경제 효과에 대해 발표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하는 플랫폼들은 스타트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해야 한다”면서 “생태계 종사자들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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