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간접투자 업무로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사모펀드(PEF), 벤처펀드, 부동산펀드 등에 대한 출자는 물론 각종 신탁 방식의 운용자산이 급증하면서다. 금융권이 펀드가 편입한 유가증권 거래부터 출자 분배 등 매달 수기로 발생하던 보고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사모펀드 등 간접투자업무의 디지털화를 위한 백오피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의 펀드 운영과 관련해 여전히 수기 처리 중인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통해 산출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매달 엑셀에 수기로 데이터를 입력해 가공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은행이 출자한 간접투자자산(펀드)에 대한 포트폴리오 분석과 리스크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수집·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운용사와 심사역은 물론 펀드 정보와 운용보고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대상이다.
이처럼 국책은행이 간접투자자산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장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어서다. 실제 기업은행은 최근 자회사 IBK벤처투자를 설립하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본격적인 투자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역시 공급망안정화 기금 출범 안팎으로 펀드를 통한 출자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정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과는 달리 펀드의 경우 각종 사무가 추가로 발생한다. 그나마 실질 자금 이동이 발생하는 업무는 시스템을 통한 통제가 가능하지만, 유가증권의 입출고 거래나 이에 수반되는 각종 부가 조항이 뒤따른다. 가공 데이터 산출 역시 쉽지 않은 환경이다.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펀드 관리를 보다 고도화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KB금융이 올해 중으로 펀드서비스사업을 분할해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려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KB펀드파트너스를 설립하는게 목표다.
이미 일반사무관리업무 자회사를 보유한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도 사모펀드 등 비정형 자산 관리에 애를 먹는 건 마찬가지다. 기준가액 산정 등 공모펀드의 펀드 회계 업무와는 크게 다른 환경으로 인해 표준화가 쉽지 않다. 특히 가상자산부터 조각투자까지 다양한 자산이 신탁 형태로 운용되면서 백오피스 사무는 점차 복잡해지는 추세다.
자본시장 백오피스를 지원하는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 역시 관련 사무의 디지털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예결원에서는 지난해말 '펀드넷' 도입 20주년을 맞아 발전 방안 모색에 한창이다. 2021년에는 벤처넷을 만들어 비상장 자산 투자지원 플랫폼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코스콤 역시 2020년에야 펀드서비스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인수를 통해 설립했다. 대체자산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행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고객 접점에서는 금융권 업무 상당 부분이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간접투자 등 영역은 여전히 금감원 보고부터 수기로 남아있는 업무가 많다”면서 “은행 차원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간접투자를 통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업무 표준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도출되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