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가 강화하며 통상국가 한국의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후통상전략을 수립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DX재단이 24일 서울 HW컨벤션센터에서 'RE100 실현 전략과 대중소기업 탄소중립 상생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리월드포럼 2024'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과 EU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국제협력을 하는 대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타국 탄소배출 가격에 영향을 주는 파편화 정책을 펴고 있다. 비관세장벽 증가, 공급망 탈세계화, 보호무역주의 등 통상과 환경이 연계돼 한 국가에서 관세 등 규제를 가하면 다른 국가로 자동 확산하는 양상이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국가 경제에서 수출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이 기후통상전략을 수립·실행하는 것은 중장기 과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단기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EU가 2026년부터 CBAM을 본격 적용한다. 우리 수출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탄소배출량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통상에 기후가 연계되면서 원산지를 증명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감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나 철강 등 친환경제품 공급망은 특히 탄소발자국이 중요하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철강 1톤 제조하는데 2톤 가까이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철강이 톤당 100만원 정도인데, 톤당 10만원 수준인 EU 탄소배출권을 적용하면 배출권 구매 비용으로 2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해외 수출이나 투자 과정에서 보조금을 명확히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지난해 프랑스가 녹색산업법안을 개정해 역내 판매 전기차 지급기준을 변경해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이라면서 “프랑스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보조금 받으려면 환경점수가 8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가 조립·생산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믹스, 주요 자재인 철강,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소재의 재활용 비율 등으로 환경점수를 매겨 보조금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최정규 리월드포럼 상임대표(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싱가포르 파트너)는 유럽, 미국 기업들의 대·중소기업 협업 사례를 참고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BMW, 아우디 등 유럽의 자동차 대기업은 제품의 전주기평가(LCA) 차원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스펙을 변경하고 제품을 설계해 공급사 규격에 적용한다”면서 “친환경 제품 구매 원칙을 정하고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한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등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