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를 만들어 병목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상향 평준화를 통해 서울대 입학생을 대거 늘려 대학 독점을 무너뜨려야 한다.”
교육 정책이 전무했다고 평가받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양대 정당은 유사한 교육 정책을 내놨다. 여당의 '3자녀 이상 대학 무상교육'과 야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야당의 승리로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2021년 화제가 됐던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의 관심 의제였지만 이제는 야당 대표가 공약으로 내건 국가적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충남교육청교육과정평가정보원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석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공고한 대학 서열화와 교육의 서울 집중 현상 등을 지적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미국 10개 캘리포니아 주립대 모델을 참고한 김 교수의 대학 혁신 모델이다. 캘리포니아주 인구(4000만명)와 주립대 수(10개)가 한국과 유사한 점에 착안했다. 서울대 수준의 재정을 국내 지역 9개 거점국립대에 투입해 '서울대 광주', '서울대 부산'과 같은 형태로 상향평준화 된 연구중심대학을 만들자는 것이 골자다.
김 교수는 지방이 소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모든 인프라의 서울 집중으로 꼽는다. 미국 정부가 지방에 있는 연구 중심대학에 지원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주립대를 필두로 실리콘 밸리가 형성되면서 대학은 물론 지역의 부흥도 가져올 수 있었다”면서 “10개 캘리포니아 주립대 예산은 2020년 기준 약 53조원으로 서울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 예산의 8~9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필요 예산을 2조 5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서울대와 9개 거점국립대간 1년 예산 평균의 차액을 9개 대학에 추가 지원하면 서울대 10개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교수는 “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25만 원 현금 지원만 해도 엄청난 규모인데 2조 5000억원은 한국 한 해 예산의 0.4%도 안 되는 금액”이라며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사립대의 소멸을 가져올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실리콘 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10개 주립대뿐만 아니라 소규모 대학도 각자의 역할을 하며 존립하고 있다. 단지 대학을 10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10개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일종의 낙수효과로 실리콘 밸리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소규모 대학도 배출하면서 공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육계는 대체로 이러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당연히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화가 문제는 맞지만 정치권도 지금까지 나온 정책에서 이해될 만한 예산 계획이 없다”면서 “사실상 국립대 무상교육화를 하자는 얘기인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특히 지역 사립대의 경우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등 대부분의 교육부 사업이 지역 대도시와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런 체계가 소도시와 지역 소규모 대학은 더욱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소규모 대학에는 더 불리한 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