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정유업계 횡재세 도입 이야기가 나오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대승을 거둔만큼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사업구조의 이해와 이중과세 문제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유가 등 민생 부담을 분담하는 횡재세 도입을 제안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때 그 초과분에 부과하는 세금을 일컫는다.
정유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을 통해 큰 수익을 얻자 정치권에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횡재세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입법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22대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171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입법 동력은 충분하다.
야당의 또 다시 횡재세 도입 제안 배경은 고유가다. 정유업계가 원유를 매입해 석유제품을 생산, 판매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원유를 저렴하게 구입해 유가가 비쌀때 제품을 판매하면 수익이 커지는 것이다.
1분기 호실적 예상도 횡재세 도입 제안의 이유 중 하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1분기 4599억원, 46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유업계는 횡재가 있을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원유를 생산하는 시추사는 국제유가에 따라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정유사는 다르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상품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 고유가로 인해 소비가 감소하면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보게된다.
또 업계 특성상 국제유가, 지정학적 요인 등 외부 요인에 영향 많이 받는데 한 분기 실적이 좋다고 해서 횡재세를 물린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법인세에 횡재세까지 내게 되면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지속적인 횡재세 도입 논의로 인해 정유업계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우려지점이다.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윤만 추구하는 업계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정유업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시추사와 정유사를 구분해서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것조차 안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내고 있는데 횡재세까지 도입되면 당연히 이중과세”라며 “이러한 이야기들이 지속될 경우 국민들에게도 정유업계가 부당하게 돈을 벌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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