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를 방문, 전기차 시장 선점 등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했다.
지난해 8월에 이은 8개월 만의 인도 방문으로, 인도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2026년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는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신기업, 그리고 그 너머(Innovator in Mobility and Beyond)'를 목표로 2030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기아도 '기아 2.0' 전략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인도 자동차시장의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 인도를 대표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추진한다.
우선,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현대차는 푸네(Pune)에 20만대 이상 규모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기아도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능력이 43만1000대로 확대된다.
인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은 지난해 GM으로부터 인수,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거점으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기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인도 전기차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선보이며, 인도 전기차시장 성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Exide Energy)와 전략적 협약을 바탕으로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은 23일 현대차 인도권역 본부 400여명, 영상으로 참석한 3000여명의 첸나이·푸네공장, 지역본부 직원과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타운홀미팅은 정 회장이 제안했다.
정 회장은 인도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이뤄낸 성공요인에 대한 질문에 인도 고객의 신뢰와 현지 직원의 헌신, 현대차의 기술력 등을 꼽았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인도권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정 회장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권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후 28년간 견고한 성장을 지속했다.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단기간인 판매 5년(2004년)만에 50만대를 돌파하며 인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2007년 100만대, 2017년 500만대를 거쳐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824만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2019년 첫 판매 이후 SUV 경쟁력을 필두로 단기간에 연간 2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메이커로 성장했다.
올해는 3월까지 양사 판매 합계 22만6000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22만2000대보다 1.5%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지난해 실적인 85만7111대보다 3.9% 증가한 89만2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