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강원대, 충북대, 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물분자 동역학이 억제되는 것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물 분자 동역학을 억제하면 물 분자는 잠깐 고체 같은 성질을 띠게 된다.
공동 연구팀은 UNIST 박형렬 물리학과 교수팀과 김대식·박노정·정준우 교수팀, 강원대 정지윤 교수팀, 충북대 김경완 교수팀, 서울대 박윤 교수팀이다.
연구팀은 테라헤르츠파 집속도를 높인 나노 공진기를 이용해 이차원 상태에서 물 분자 동역학이 억제되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나노 공진기로 증폭한 고밀도 빛을 쏘여 물 분자의 다양한 초고속 군집 운동을 피코초(1조분의 1초) 단위에서 관찰한 것이다.
물 분자 동역학은 물 분자가 특정 주파수에서 특정하게 움직이는 현상이다. 물 분자의 동역학을 억제하면 물 분자는 잠깐 고체 같은 성질을 띠게 된다.
기존 테라헤르츠파 나노공진기로는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물 분자 변화를 측정할 수 없었다. 물 분자 크기가 테라헤르츠파 파장보다 작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원자층 리소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테라헤르츠파 집속도와 분자 운동 측정 감도를 높인 나노 공진기를 제작하고, 이를 이용해 나노 크기의 틈 속에서 물 분자의 군집 운동이 억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노 공진기에 2~20나노미터의 틈새를 만든 후 그 속에 물을 채우고 테라헤르츠파를 투과해 나노미터 두께에서 물의 복소 굴절률, 즉 동역학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약 2나노미터 틈에서 계면효과에 의해 물의 동역학이 억제됐다. 즉 물이 나노미터의 틈에서 계면효과에 의해 정렬돼 고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혔다.
기존에는 물 분자 특성을 매우 낮은 주파수에서 전기적으로 측정했을 뿐 테라헤르츠파 영역처럼 높은 주파수로 나노미터 틈 속에서 물 분자 동역학을 파악한 사례는 없다.
박형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차원 물 분자의 초이온 상태(superionic phase)를 관찰하거나 DNA, RNA 같은 용매에 있는 분자의 동역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며 “나노 공진기의 크기를 조절하면 중적외선, 가시광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