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현장은 빠르게 변화하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개인 스마트기기를 갖추고 있고, 스마트칠판이 교실로 들어오고 있다. 에듀테크 사용법을 잘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학생의 활동을 잘 지원하며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많은 시도교육청에서 교사의 에듀테크 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수가 진행되고 있고, 에듀테크 실증 프로그램이나 공동 설계 과정 등을 통해 에듀테크를 내실화하려는 노력 또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미래 교실에 요구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테크가 뒷받침하는 교실 환경에서 요구되는 교사의 역량 중 하나는 교실 오케스트레이션(Classroom orchestration) 역량이다. 음악 용어인 오케스트레이션은 악곡에서 여러 악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구성하고 조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학습 과학에서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교실 오케스트레이션이란 교사가 다양한 교육적 도구와 리소스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다.
이를 실현하는 데 이용되는 도구를 '교실 오케스트레이션 도구(Classroom orchestration tool)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학생의 활동 현황을 나타내는 신호등 도구에서부터 기기 모니터링 도구, 기기 제어 도구, 대시보드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도구를 활용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개입하고 학습활동을 조정하는 방법을 '교실 오케스트레이션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실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을 갖춘다는 것은 이러한 도구와 기법을 능숙하게 활용해 수업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교실 오케스트레이션 도구가 없었던 교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의 활동 관리는 관찰에 크게 의존한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고, 적시에 개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테크가 뒷받침되는 교실에서 교사는 교실 오케스트레이션 도구를 통해 교사는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현황과 통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시점에 개입해서 학생을 도와주거나, 활동의 순서나 활동 형태(개인, 그룹, 전체)를 조정할 수 있다. 개별화 콘텐츠를 지원하는 도구는 수준별 학습지를 제공하거나, 학습을 먼저 끝낸 학생들에게 추가 자료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AI 코스웨어와 스마트기기를 비롯한 다양한 에듀테크 덕에 이러한 모습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여러 교실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조화롭게 연주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음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지휘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박자를 잘 젓는 것이 아닌, 잘 듣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에듀테크를 잘 다루는 것에 그쳐선 안 되며, 에듀테크를 통해서 촉발되는 학생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엄태상 에듀테크스쿨 대표·송북초 교사 sendmethere@naver.com
◆엄태상 에듀테크스쿨 대표·송북초 교사=현 전주송북초 교사로서 에듀테크 실증연구 교사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