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컴퓨터가 중남미 시장을 무대로 원격의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남미 국가에서 원격의료 수요가 커진 데다 국가 디지털전환(DX) 프로젝트 일환으로 ICT 기반 의료 서비스 고도화에 투자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규제에 막힌 국내를 넘어 중남미를 중심으로 K원격의료 솔루션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트컴퓨터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주관하는 '페루 취약계층 건강보험 심사절차 디지털화 및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페루 보건의료 시스템 디지털전환을 목표로, 건강보험 자동 심사지원을 통한 디지털 보건의료 체계 기반 마련과 취약계층 대상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2025년 9월 완료를 목표로 총 23억6000만원이 투입된다.
주사업자로 선정된 비트컴퓨터는 이노룰스와 함께 원격의료 시스템, 건강보험 자동 심사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비트컴퓨터는 연내 원격의료 시스템 고도화와 원격의료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페루 공공병원 3곳을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 원격 상담, 원격 판독 시범사업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페루는 1차 의료기관 한 곳당 지역 환자 1만명 가까이 돌볼 정도로 의료기관이 부족하다. 여기에 국토 60% 이상을 차지하는 밀림 지역, 안데스산맥이 가로지르는 산간 지역 등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에 페루 정부는 일찍부터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줌을 통한 원격의료가 활발해졌다.
비트컴퓨터는 페루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 사업을 중남미 시장 공략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페루 정부는 국가 차원 디지털전환 프로젝트를 추진, 주요 보건의료 시스템도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원격의료 플랫폼이 구축되는 3개 병원 외에도 추후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일에도 회사는 페루 보건부 원격의료국, 통합건강보험청 실무자 10명을 초청해 원격의료시스템,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소개하고,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는 등 추후 사업 확장을 위한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페루가 브라질, 칠레, 볼리비아, 멕시코 등 스페인어권 국가들과 인접한 점도 사업 확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해당 국가 언어로 별도 개발할 필요가 없는 데다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 영업·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트컴퓨터는 2017년 브라질 원격의료 솔루션 구축 사업에 참여하며 중남미 시장 공략 선행학습을 마쳤다. 이 사업은 아마존 유역 원주민을 위한 선박형 이동병원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었다. 당시 비트컴퓨터가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중남미 시장과 문화 등 학습은 물론 현지 원격의료 솔루션 실증까지 마쳤다.
전진옥 비트컴퓨터 대표는 “몽골,우크라이나, 캄보디아, 브라질 등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페루의 안정적인 디지털 보건 의료 체계 구축에 기여하겠다”면서 “이번 사업이 팬데믹 기간 주춤했던 해외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