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로켓배송을 시행하는 쿠팡의 현지 투자금액이 36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대만에 이식한 쿠팡이 해외 진출 1년 반만에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의 대만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쿠팡을 통한 한국 소비재 중소기업들의 현지 수출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 투자 심의위원회는 쿠팡Inc가 신청한 60억5515만 대만달러(약 2552억원) 규모의 투자를 승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대만 경제부는 24억7500만 대만달러(1043억원)의 투자를 승인한 바 있어, 누적 투자 금액은 85억3015만 대만달러(3596억원)을 넘어섰다.
대만 언론들은 “쿠팡의 이번 투자가 e커머스 서비스와 자체 물류센터 가동을 위한 것으로, 쿠팡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 승인으로 쿠팡의 현지 로켓배송 등을 위한 물류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대만 진출 1년 만에 2번째 대형 풀필먼트센터를 대만 북서부 지역 타오위안시 인근에 오픈했다. 쿠팡은 오는 상반기 가운데 3호 풀필먼트센터 문을 열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고객 수요 예측, 머신러닝 및 자동화 기술 등이 탑재된 스마트 물류센터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쿠팡의 투자액은 대만의 대표 e이커머스 및 TV홈쇼핑 업체인 모모(Momo)의 자본금(22억 대만달러)와 주요 e커머스 업체인 PC홈의 자본금(14억4000만 대만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쿠팡의 빠른 배송 경쟁력은 대만 현지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물류센터 로켓배송을 통해 대만 현지 고객들은 195대만달러(약 8150원) 이상이면 무료 익일 배송한다. 로켓직구(한국에서 현지배송)는 690 대만달러(약 2만8800원) 이상 구매하면 1~2일 내 항공편으로 무료 배송한다.
쿠팡의 대만 투자 확대에 따라 현지에 진출하는 국내 중소기업 숫자와 K푸드와 뷰티 등 수출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만 진출 1주년을 맞아 현지에 제품을 수출한 소비재 중소기업들이 1만2000곳을 넘어섰다. 식료품·생필품·공산품과 뷰티 등이다. 당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해외 수출한 국내 소비재 중소기업 수는 4만2592곳으로, 쿠팡을 통해 대만에 수출길을 연 중소기업은 전체의 약 28% 수준으로 분석됐다.
대만에서 팔리는 제품 수백만개 가운데 약 70%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다. 마스크팩·젤네일·홍삼 등 제품을 파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만 진출 1년 만에 매출이 최대 70배 가량 뛰기도 했다. 물티슈(순수코리아), 콤부차(티젠) 등 주요 소비재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쿠팡을 통해 대만 수출을 확대할 신규 제품 생산설비나 마케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쿠팡의 대만 수출 확대가 여러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판로 개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유통시장 규모는 약 1273억달러(165조원)에 육박해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