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익시스템이 중국 BOE에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를 공급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가 OLED 공정 핵심 장비이자 첨단 기술인 8.6세대 증착기를 양산라인에 적용하는 것은 처음으로, 우리나라 장비 산업사에 남을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내 사업 입찰을 진행하는 차이나비딩에 따르면 최근 BOE가 진행한 8.6세대 증착기 입찰에서 선익시스템이 단독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 입찰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급이 확정된 상황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선익시스템이 지난달부터 BOE 우선협상대상자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일반적으로 사전에 업체와 협의한 뒤 정식 입찰을 진행하고 낙찰도 협의된 대로 이행하는 경우가 많아 선익시스템 선정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OE는 8.6세대(2290㎜×2620㎜) 유리원장 기준 월 3만2000장 분량 OLED 패널 생산기지를 중국 사천성 청두첨단기술지구에 구축하고 있다. 3만장은 하프컷 증착장비 기준 4대가 필요한 규모다. 선익은 이번 입찰을 통해 증착기 2대분를 우선 공급하게 될 것으로 파악됐다.
8.6세대는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6세대로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OLED 패널을 만들었는데, 노트북이나 모니터에 적합한 중형 크기 OLED를 만들기 위해 8.6세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첫 스타트를 끊었고, BOE가 뛰어 들었다.
국내 기술로 만든 증착기가 8.6세대 공정에 사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8.6세대 증착기를 상용화한 곳은 일본 캐논토키 뿐이었다.
선익 수주는 국내 장비 산업사에 기록될 사건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OLED 시장의 74.2%를 차지하는 선도국이다. 하지만 OLED 제조 핵심 장비인 증착기는 전적으로 외산에 의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물론 BOE, 비전옥스, CSOT 등 모두 캐논토키 장비를 사용 중이다. 선익시스템 장비는 연구개발(R&D)용으로는 채택됐지만 양산라인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워치용으로 만드는 6세대 OLED 라인 정도에만 선익 장비가 활용되는 데 그쳤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에 국산 장비가 진입하게 되면서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한국에 네덜란드 ASML과 같은 '슈퍼을' 디스플레이 장비업체가 등장하고 부상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며 “한국 장비업체가 일본 기업 독식을 깨고 경쟁을 통해 시장을 양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