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심리가 표본을 정하지 않으면 큰 통을 뽑고 싶거든요. 주관을 배제하고 무작위 난수를 이용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표본을 뽑아야 합니다.”
지난 25일 통계청과 함께 방문한 충남 예산군 신암면 탄중리 봄배추 생산량 조사 현장에서는 표본이 될 배추를 선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통계청은 봄배추 수급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4~6월 수급 조사에 나선다. 한 해 동안 배추는 4번 생산되는데, 봄배추는 가을 배추로 담근 김장 김치가 떨어질 때 쯤 수확된다. 이날 표본조사를 실시한 충남 예산군 일대는 우리나라 봄배추의 40% 가량을 재배한다.
7000평 규모 밭에는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꽃대가 일찍 올라와 봄배추 수확 시기도 앞당겨졌다. 이 필지의 농부인 윤중협(72) 씨는 봄배추 농사만 40년을 지은 베테랑이다.
표본을 뽑을 필지는 전국 22만 필지를 대상으로 면적조사를 실시해 107종의 작물을 구분하고, 이 가운데 봄배추를 기르는 필지를 대상으로 표본 필지를 무작위 선정한다.
표본이 될 배추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난수가 등장한다. 윤 씨의 밭에 있는 12개 비닐하우스 동에는 10개씩 총 120개의 이랑으로 배추가 줄지어 심어져 있다. 이날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히는 난수를 적용해 31번째와 91번째 이랑이 실측 구역으로 선정됐다.
구역을 선정하면 조사원들은 줄자로 비닐하우스 한 동의 길이와 이랑의 너비를 측정한다. 비율에 따라 31번째 이랑 안에서 3.3㎡ 규모의 구역을 선정해야 한다. 뽑기의 기준이 될 배추를 고르기 위해 난수를 적용해 위치를 선정한다. A구역 비닐하우스의 길이는 94미터고, 두 번째 난수(0.10)을 대입하면 9.4미터 지점이 표본 기점이 된다. 표본 기점을 선정하면 이랑의 평균 폭을 구해 세로 폭을 구하면 3㎡ 구역을 구한다.
이렇게 정해진 구역 안에서 상품 가치가 있는 배추 6통을 표본으로 뽑는다. 표본을 추리는 작업도 난수를 바탕으로 정해진다. 상품 가치가 있는 싱싱한 배추의 수는 경작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규모의 구역 안에 10포기가 있을 수도, 14포기가 있을 수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임의 추출이지만 아무 배추나 뽑을 수 없다”며 “주관을 배제하고 과학적인 표본화를 위해 난수로 지정된 표본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조사에 참석한 이형일 통계청장은 표본조사에 협조해 준 농가 관계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표본조사를 위해 조사원들이 배추를 뽑고, 밭에 들어가면 일부 작물이 훼손될 수 있지만 대다수의 농가에서는 조사에 협조해준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