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은 1983년 이후 모두 9번 논의됐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의 대부분은 원전 내 습식 저장 시설에 보관하는데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
2030년부터 1년 간격으로 한빛원전, 고리원전, 한울원전의 저장 시설이 포화한다.
이 때문에 부지선정 절차와 유치지역 지원 근거, 방안 등을 담은 '고준위방폐물특별법'(고준위법)의 처리가 시급하지만 21대 국회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법률안 세부 내용을 놓고 여야가 여전히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의 이인선 의원(정부안)·김영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률안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부지 선정 절차와 지역 주민 지원 근거·방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쟁점은 원전 내 폐기물 건식 저장시설의 용량이다. 여당안은 '운영 허가 기간 중 발생량', 야당안은 '설계수명 중 발생량'으로 각각 규정했는데 원전 운전 기간과 결부되는 내용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관련 조항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원전 내 임시 건식 저장시설의 용량 때문에 법률안 처리가 늦어지는 상황을 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만약, 다음 달 국회에서 최종 처리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설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은 여러 가지로 부담이다.
원전 내부 건식 저장시설을 확보해 사용후 핵연료를 옮겨야 하는데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은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건식 저장시설이 영구적으로 처분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원전운영국으로서 이미지 실추, 미래세대에 부담 전과 등은 더 큰 문제다.
정재학 방폐물 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그간 울진, 영광 등 원전 소재 지역 주민의 희생으로 버텨왔지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전기를 사용한 대가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더 이상 처리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