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LED 증착기 수출 기대와 아쉬움

선익시스템이 중국 BOE에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를 공급한다. BOE가 진행한 입찰에서 선익시스템이 단독으로 참여, 공급이 확정적이다.

국내 기업이 OLED 공정 핵심 장비이자 차세대 패널 기술인 8.6세대의 증착기를 양산라인에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장비사가 독점해온 증착기 분야, 특히 차세대 핵심 제품 생산에 국내 기업 장비가 활용된 건 전례가 없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세계 OLED 시장을 개척하고 이끌었다. 하지만 OLED 제조 핵심인 증착기는 그동안 일본에 의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모두 캐논토키 장비를 썼다. 수 천억원의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자가 독점적 위치를 점하다 보니 끌려가기 일수였다.

선익시스템의 이번 증착기 공급은 그동안 누구도 넘지 못할 것처럼 여긴 벽을 뛰어넘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술 개발을 놓지 않고, 경쟁과 견제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던 편견까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극복하고 마침내 성과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선익시스템 구성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전시회에서 참관객이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전시회에서 참관객이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다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관점에서 선익 증착기가 삼성이나 LG서 먼저 활용됐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BOE는 중국 최대이자 삼성과 LG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OLED 장악을 노리고 있다.

당초 선익 8.6세대 증착기는 LG디스플레이가 사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양사는 OLED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랫동안 8.6세대 기술 개발에 협력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 사정이 나빠지면서 BOE가 먼저 선익 장비를 활용하는 지금에 이르게 됐다. 증착기는 워낙 복잡한 장비여서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도 한정돼 있다.

선익시스템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증착기를 수출하는 건 당연하고 축하할 일이다. 그 대상이 한국 기업의 최대 경쟁사라 해도 막아선 안 되고, 가치를 평가절하 해서도 안 된다. 캐논토키가 일본 기업이니까 소니에만 증착기를 납품해야 하고, 삼성이나 LG에 판매해선 안 된다는 얘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힘들게 개발한 만큼 장비를 수출하더라도 핵심 기술을 지키고 보호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OLED는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중요 기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