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기에 좋은 봄철이다. 정원이나 텃밭 가꾸기에 관심 있는 이들은 봄철에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의 기술사업화조직(TLO)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최근 인구에 많이 회자되는 '연구개발(R&D)을 R&D 답게'라는 슬로건은 R&D 투자비를 기술사업화로 회수해 새로운 R&D에 재투자하는 지속가능한 R&D로 정의할 수 있겠다.
물론 모든 R&D가 당장 기술사업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현 세대가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R&D 투자 중요성도 나날이 높아지기 때문에 필자가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정의에 대해 오해 없길 바란다.
공공과 민간 R&D 대부분을 차지하는 응용 및 개발 R&D 지향점이 기술사업화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연구원은 TLO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술사업화가 R&D 전주기 중 최종 단계며, 또 새로운 R&D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원자력발전소를 생각해 보자.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냉각계통 등 복잡한 기계와 장치들이 20만평이 넘는 부지에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런 설비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터빈발전기 빌딩 한쪽 끝에 있는 발전기를 돌리기 위함이다. 발전기를 돌릴 수 있어야 발전소 존재 이유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발전기와 같이 산업 R&D를 담당하는 출연연 핵심 존재 이유인 TLO의 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먼저, TLO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똑같은 설탕을 사용해 만든 사탕이라도 학교 앞 눈깔사탕과 고급 제과점 사탕은 수십 배 가격 차이가 있다.
연구원 노력의 결정체인 연구 결과에 비즈니스 의미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이 바로 연구원 TLO이다. TLO 전문성을 제고하려면 단기적으로 TLO에 개방형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TLO 구성원 역량계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둘째, R&D 전주기에 TLO 참여는 필수다. 아이디에이션(Ideation)과 기획 등 초기 단계를 포함해 R&D 수행 단계별로 TLO 참여와 컨설팅이 필요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는 지난 2018년 기업 1070곳을 조사해 R&D 실패 원인으로 시장 및 대응력 부족이 55%, 부실한 기획이 38%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R&D는 이미 시작 단계부터 최종 목적지가 실패인 고지를 향해 효율을 따지면서 전력 질주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TLO의 R&D 단계별 참여는 이런 예고된 불상사를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사업화 기여자 인센티브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TLO 내부의 기술사업화 기여자와 함께 기업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를 채택하는 데 기여한 엔지니어, 관리자까지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
신기술 채택 시 얻는 이익과 실패 시 부담해야 하는 엄청난 리스크 사이에서 기업 현장 담당자가 고민하는 몫이 어쩌면 가장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 R&D 기술사업화의 최전선에서 뛰는 조직, 연구 결과부터 고객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집단이 바로 출연연 TLO이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장 seoghyeon.ryu@kimm.re.kr